멤브레인(분리막) 없이도 고성능을 유지하는 신개념 물 기반 전지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해외에서 수입하던 고가 분리막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김희탁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김상욱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기화학 소자 핵심 부품인 멤브레인이 필요 없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아연과 브롬을 전극 활물질로 사용, 에너지를 저장·방출하는 이차전지다. 활물질은 전극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을 뜻한다.
이 전지는 구동 전압과 에너지 밀도가 높다. 물을 전해질 용매로 사용해 폭발 위험도 없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브롬이 쉽게 기체화 되고 산화성이 높은데다 다른 활물질인 아연을 산화시켜 충전량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멤브레인이나 전해질 첨가제로 브롬 이동을 차단하거나, 브롬을 포함한 전해질을 외부 탱크로 이동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지는 전지 전극에 멤브레인 기능을 더하는 신개념이다. 전극이 브롬을 가둘 수 있게 했다. 전극은 미세기공을 가진 표면에 질소를 도핑해 음극성을 띠게 하고, 브롬은 양극성을 띠게 해 서로 달라붙게 했다. 브롬은 서로 뭉치면 '폴리브롬화물'이 되는데 이것이 양극성을 띤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브롬을 고가 멤브레인이나 부가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성능도 뛰어나다. 새로운 아연-브롬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대비 45배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은 83%이상 높다. 1000사이클 이상 운전 가능하다.
김상욱 교수는 “차세대 물 기반 전지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로 기존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