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96> '왜'로부터 시작하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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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하원칙(六何原則).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를 일컫는 말이다. 영어단어 첫 철자를 따 '5W 1H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이 지극히 상식의 기원은 꽤나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는 기원전 2세기 수사학자 템노스의 에르마고라스에게서 기원을 본다. 그는 변론을 위해 상황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란 다섯 가지에 더해 '어떤 방식으로'와 '무슨 수단으로'를 적용하면 무슨 사건이든 논리가 분명하다고 봤다.

왜 어떤 기업은 더 성공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정작 답하기는 쉽지 않다. 실상 역량과 자원이 비슷해도 몇몇 기업은 다른 결과를 보인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여기에 기업이 찾는 성공 일반원칙이 있을 수 있다. 한번 따져봄 직하다.

이제 빈 종이를 하나 꺼내 동심원 세 개를 그려 보자. 중앙 원부터 왜, 어떻게, 무엇을이라고 써 두자. 그리고 각각에 당신이 답해 보라. 당신은 왜, 어떻게, 무엇을 하는가.

상식과 달리 가장 답하기 쉬운 것은 '무엇을'이다. 누구든 매일 뭔가를 하고 있지 않나. 그러나 정작 '어떻게'부터는 대답이 쉽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작 다른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우리는 대개 제품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디자인도 멋지고, 사용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사이넥은 성공한 리더에게 상식과 다른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첫째 생각의 순서다. 이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는 순서는 왜부터 시작한다. 무슨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다른 선택을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둘째 그래서 목적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상식이라면 목표는 제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멋진 제품이 결론이다. 반대로 성공 기업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다. 이 멋진 제품은 목표라기보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창조물인 셈이다.

셋째 고객 만족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상식은 제품 성능으로 고객이 만족한다고 본다. 반면에 누군가는 왜 필요한 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니 신제품이 꼭 성공인 것은 아니다. 무언가 문제를 해결했다면 성공이다.

넷째 지속되는 혁신이다. 사이넥은 섀뮤얼 랭글리를 불러들인다. 랭글리는 1887년 스미스소니언협회 회장이었다. 학계 명성은 더할 나위 없이 높았다. 미국 국방성은 랭글리에게 비행기 제작을 의뢰한다. 그러나 라이트형제가 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자 연구를 멈춘다. 랭글리에게 '왜'보다는 첫 성공이란 결과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정글북' 작가이자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은 조지프 키플링은 동화 '코끼리 아이'에서 “나에게는 여섯 명의 성실한 도우미가 있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그들이 가르쳐 준 것이지. 그들이 누구냐고”라고 썼다. 키플링이 꼽은 것 가운데 하나는 '왜'였다.

혹시 성공에도 이런 충실한 도우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경영학자는 아니지만 사이넥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뭔가에 도전한다면 왜로 시작하는 첫 질문부터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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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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