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 중심 AI' 정책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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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국가전략이 발표됐다. 시장 반응은 긍정 분위기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전략을 환영한다. 지난해 10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AI 산업 육성을 공언했을 때부터 기대가 컸다.

'국가전략'이라는 표현에서부터 묘한 흥분감을 느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 전환기 속에서 한발 앞서 나가겠다는 국가 차원의 시도에 응원을 보낸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딛고 'IT 강국 코리아'를 일궈 냈다. 이번 전략은 'AI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하겠다'는 세계를 향한 선포인 셈이다.

이번 전략의 키워드는 생태계, 활용, 사람중심 세 가지다.

지금은 AI 패권을 차지하려는 전쟁 중이고, 국가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세계 석학 다니엘 아이젠버그는 창업가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려면 국가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제 체제에 맞도록 국가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계 조성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개발경제'나 '재벌 중심 경제'에 익숙한 우리 경제에 AI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갈 길이 멀다.

사실 AI는 사용 가치 측면에서 매력만큼 주도권 다툼도 한창이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MIT슬로언·BCG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준 기업 가운데 열에 아홉은 AI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업계 절대 강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AI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벤처나 스타트업은 설 자리가 좁다. 정부는 AI 발전을 위해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어설픈 정부 지원은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도 있다.

AI전략의 관건은 바로 '활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AI가 성공하려면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통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를 위한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도 중요하지만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일으키는 사회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 가능한 기술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전 국민 대상으로 AI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이 AI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AI기술이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IT 강국이 될 수 있게 된 것은 원천 기술 경쟁력보다 좀 더 빠르게 시장 요구를 파악하고 적용하는데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AI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우리 중소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바로 이 발빠른 'AI서비스 개발'에 있지 않을까 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람중심' AI정책이다.

이번 발표에 20개 부처가 참여했음에도 여성가족부, 금융위원회, 지방자치단체가 빠져 있는 것은 아쉽다. AI기술이 스마트공장처럼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들 부처도 국가 AI전략에 참여해서 고령화·저출산이라는 덫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AI 국가전략은 기술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한 국가 차원 전략이다. 단순한 기술 차원의 주도권 확보 경쟁이 아니라 사회 변화에 대한 거시 비전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의 제도, 조직, 사회 구조 등 이른바 오그웨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정부 20개 부처만이 아니라 온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강수경 아이앤나 대표 laurensk7691@iand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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