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 제품이 시장에 나온지 10∼20년가량 흘렀지만 여전히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외산 비중이 높다. 정보보호 제품을 제외하고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서버, 스토리지 등 전반적으로 외산 선호 분위기다. 공공도 디지털전환을 서두르는 시점에서 설치형(온프레미스)뿐 아니라 클라우드 영역에서도 외국계 종속도를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W·HW 외산비중 높고 특정벤더 쏠려
행정안전부가 조사한(부처·공공·지자체 등 1098개) '2019년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SW 유형별로 OS, DBMS, WEB/WAS, 백업, 정보보호, 관제 외산 비율이 각각 98.60%, 87.63%, 63.73%, 75.35%, 5.23%, 8.38%로 집계됐다. 정보보호와 관제를 제외한 대부분 SW가 외산 SW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SW유형별로 특정 몇 개 외산 벤더 비중이 높았다. OS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MS·38.76%), 레드햇(27.63%), IBM(16.17%) 등 세 기업 제품이 공공 대부분을 차지했다. DBMS는 오라클(69.69%) 쏠림이 여전했다. MS가 18.12%로 2위를 기록했지만 오라클과 격차가 컸다.
HW도 SW와 분위기는 비슷하다. 공공 HW 국산화 현황을 보면 국산이 29.29%, 외산이 70.71%로 외산 장비 비율이 높다. HW 유형별로 살펴보면 서버, 스토리지, 백업장비, 정보보호, 통신장비 외산 비율이 각각 87.81%, 95.78%, 98.55%, 8.40%, 72.05%로 정보보호를 제외한 HW 대부분이 외산 장비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HW도 특정 외산 벤더 비중이 높았다. 서버는 HP(41.02%)와 IBM(36.96%)가 공공 시장을 양분했다. 스토리지는 델(31.63%), 히타치(23.27%)가 1, 2위로 공공 시장 절반을 차지한다. 백업 장비도 HP(24.88), 퀀텀(24.39%), IBM(20.61%) 등 외산 제품이 비슷한 비율로 공공 시장에 공급됐다.
지난해도 SW국산화 비율은 올해와 비슷하게 국산이 42.12%, 외산이 57.88%로 외산 SW 비율이 높았다. OS, DBMS 외산 비율은 각각 98.60%, 90.73%로 정보보호와 관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SW 외산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HW 역시 국산이 28.48%, 외산이 71.52%로 외산 장비 비율이 높았다. 서버와 스토리지는 외산 비율이 각각 89.71%, 95.75%에 달한다.
◇국산·오픈소스 비중↑…특정 벤더 종속↓
업계는 국산 SW·HW 도입뿐 아니라 앞으로 바뀌는 정보기술(IT) 환경에 발맞춰 특정 벤더 쏠림 현상 등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외국계 기업은 국내 공공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MS, IBM 등 글로벌 상위권 업계가 국내 공공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레드햇도 공공 서비스형인프라(IaaS)·서비스형플랫폼(PaaS) 분야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공공 SW·HW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외산 비중이 높듯이 향후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외산 비중이 높을 가능성이 커진다.
국산 SW뿐 아니라 오픈소스도 외산 종속을 막는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이미 민간은 DBMS, 클라우드 인프라 등 주요 분야에 오픈소스를 활발히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10월 오픈소스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삼성전자 5G·인공지능(AI)·보안·IoT 등 다양한 분야 오픈소스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KT도 KTDS를 중심으로 오픈소스 확산에 앞장선다. 카카오도 주요 DBMS 등에 오픈소스를 적용, 외산 종속을 줄이고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다.
국내 오픈소스도 함께 주목받는다. 정부가 투자·개발한 개방형 PaaS '파스-타'가 대표적이다. 최근 오픈소스 파스-타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크로센트, 인프라닉스, 이노그리드 등 파스-타 도입을 지원하는 회사도 성장한다. 구름 OS 등 개방형 OS 도입도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3년 내 공공 분야 SW를 모두 자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특정국 제품 비중을 줄이는 노력이 정부와 기업 등에서 이어진다”면서 “우리나라도 특정 벤더 종속을 줄이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국산 경쟁력 있는 대체 제품을 도입하도록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