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부작용을 빠르게 진화했지만 정치권이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정치 쟁점화로 소모적인 포털 규제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두 차례 걸쳐 급상승검색어(실검) 서비스를 개편했다. 10월 로그인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연령대 급상승검색어를 제공했다. 지난달부터는 이용자가 직접 급상승 검색어에서 마케팅·할인 노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을 도입했다. 네이버는 2018년 실검 서비스 명칭에서 '실시간'을 제외하고 급상승검색어로 표현하는 등 시의성 조절 작업을 이어왔다.
카카오는 새해 2월까지 다음에서 기존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포털 실검 서비스는 그동안 재해, 특정사건이나 정치적 쟁점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 조국 전 법무장관 사퇴에서 검색어를 활용한 지지운동이 펼쳐지고 '실검마케팅'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이용자와 정치권에서 실검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포털의 선제 조치로 일부 업체가 주도한 실검마케팅은 설자리를 잃었다. 네이버 실검에는 필터 적용 이후 일부 업체가 의도적으로 띄우는 마케팅·광고 키워드 출현 빈도가 크게 줄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11월 네이버 실검 필터 적용 이후 이를 활용한 마케팅·광고 업체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검의 또 다른 기능인 '여론 향배 가늠'은 정치권이 서비스 취지 자체를 부정하며 수렁에 빠졌다.
정치권에서 서비스 뿌리 자체를 뽑으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여론형성에 민감한 정치권 복잡한 속내가 이면에 자리했다.
송희경, 박대출 등 자유한국당이 11월 발의한 일명 실검제재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검색 유인 행위를 금지한다. 여론형성이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목적으로 검색어를 유인하는 내용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게재하는 행위를 막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에서 '조국수호'를 연달아 입력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포털에는 이러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관리 조치를 의무화 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해당 법안이 발의된 11월 '나는 황교안이다'를 조직적으로 검색해 네이버 실검 상위권에 올렸다. 특정 정치세력이 한쪽에서는 규제법을 내놓는 사이 해당 지지층은 이를 활용해 여론전을 펼치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실검제재법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열 계획이다.
윤성옥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실검 서비스를 개편하려는 것은 이용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고 선택권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법률로 서비스를 규제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이용자 반응을 보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정치권 압박으로 기업의 비즈니스와 서비스가 바뀌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이용자에게도 손해”라면서 “특히 법률로 서비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