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달 방콕에서 이뤄진 즉석 환담 외에 공식적인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욕 정상회담 이후 15개월 만이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아베 총리는“중요한 일한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화답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예정된 시간을 15분이나 넘기며 45분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되신 것과 레이와 시대의 첫 총리로 원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계시는 것을 축하드린다”며 “'레이와'의 연호 뜻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로 일본의 발전과 번영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소에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룰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수출규제 문제를 촉발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양 정상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필요성에 공감대 이뤘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정상은 또 수출규제 해제 시점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두 정상이 의견을 나눴지만 그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 내용은 향후 논의되고 협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엄중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및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의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일본의 노력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양 정상은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통한 스포츠·인적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많은 국민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도록 경주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남관표 주일대사 등이 배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모테기 외무상, 오카다 관방부장관, 기타무라 국가안보국장, 하세가와 총리보좌관, 이마이 총리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