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산업부는 2014년 발표한 3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에서 원전수출 경쟁력 향상 기술 등을 R&D 핵심 프로젝트로 제시했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제4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은 5년 전 내놓은 제3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 때와 연구개발(R&D) 전략 및 방향성·기대효과 등 많은 부분에서 차별점이 분명하다. 재생에너지 분야 R&D에 힘이 제대로 실린 반면에 원자력·석탄 등 대표 기저전원 R&D는 전략 중심에서 변방으로 이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 색깔을 십년대계 에너지 기술개발 청사진에 투영했다는 평가다.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이하 계획)은 에너지법 제11조에 따라 10년 이상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기술개발 최상위 법정 기본계획이다. 중장기 에너지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담기는 것으로, 10년간 국가 에너지 R&D 전략 수립 기본지침서 역할을 한다.

이번 4차 계획에서는 에너지기술개발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가 적시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국가 에너지 R&D 예산 90%를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16대 중점분야에 투입한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금액을 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수립한 3차 계획에서 정부와 민간이 각각 12조원, 8원씩 투입해 총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당시에는 △공급기술 △수요관리기술 △융합혁신기술 △기타(기반조성 등) 등 분야별 예산 규모도 구분·공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4차 계획에도 예산 규모를 반영하고 싶었지만 금액을 특정하기 어려웠고 부처 간 의견 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원별 기술개발 방향성에 대한 차이도 뚜렷했다. 산업부는 3차 계획에서 원전을 핵심 에너지 공급기술로 포함했으며 원전 운영과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4대 분야 중점기술 개발 추진을 목표로 제시했다. 토종신형원전(APR+)·원전핵심기술·안전성향상기술 일부를 확보한 것도 성과로 공개했다. 중동·아시아 등 신형원전 수출시장을 활로를 넓힌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4차 계획에서는 원전해체 미확보 기술 확보·시설 안전성 강화기술에 대한 추진과제 및 목표만 제시됐고 신형 원전 수출을 위한 핵심 기술개발 과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석탄화력의 경우 고효율 발전기 개발에 집중했던 3차 계획과 달리, 4차 계획에서는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비중은 3차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정부는 3차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형 솔루션 개발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발표했지만 4차 계획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원별로 4개 이상 추진과제를 부여하고 과감한 R&D 목표를 제시했다. 4차 계획에 수소가 추진과제가 새롭게 등장한 것도 이전 계획과 확연이 구분되는 대목이다. 수전해 효율·추출 수소 규모 등에 관한 목표치도 분명히 했다.

에너지 R&D 체계는 '소규모·단기성과' 위주에서 '대규모·장기 프로젝트'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했다. 산업부는 3차 계획에서 사업화를 고려한 R&D 과제에 방점을 뒀고 시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4차 계획에서는 당장 시장에 들여 놓을 수 있는 기술보다 더욱 도전적이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의 R&D 성과 체계로 방향을 정했다. 또 실증연구 투자 비중을 15% 수준에서 2030년 25%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단기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수준에 부합하는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계획에 따른 전반적인 목표치에 대한 변화도 눈에 띈다. 산업부는 3차 계획에서 향후 10년간 경제적 효과 31조원,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기대했다. 반면에 4차 계획에서는 경제적 효과 57조원, 일자리 11만개 창출을 목표로 내놨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5년 새 83% 이상 늘어난 것이다. 수요연계형 R&D에 공기업 참여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도 눈에 띈다. 이 밖에 4차 계획에서는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을 올해보다 10%포인트(P)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안, 3차 계획에서 기술수준을 90%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것보다 소극적이라는 전문가 평가도 나온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