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제20조 제2항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용 소프트웨어(SW) 발전을 위해 분리발주를 명시했지만, 국가기관부터 이를 회피하면서 분리발주 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입조처는 24일 '소프트웨어 분리발주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상용 SW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10년 1월부터 시행중인 상용 소프트웨어(SW) 분리발주 제도에 대한 입법 이후의 영향을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정준화 입조처 과학방송팀 입법조사관은 “상용 SW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추동력인 인공지능(AI)·빅데이터·플랫폼 등을 구성하는 기반기술로 그 중요성이 높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IT서비스 기업을 통한 일괄발주 및 맞춤형 개발 위주로 SW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상용 SW의 경쟁력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지난 2010년 1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제20조 제2항을 개정했다. '국가기관 등의 장은 소프트웨어사업을 발주하는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는 분리발주 대상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직접 계약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5억원 이상의 공공부문 SW사업에 포함된 5000만원 이상 상용 SW는 별도로 분리발주하도록 의무했다. 국가기관 등이 상용 SW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도록 했다.
그러나 입조처 분석결과, 제도 시행 이후 국가기관 등의 상용 SW 분리발주 회피 사례가 2013년 104건에서 2017년 334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공공부문 SW사업에서 차지하는 상용 SW 구매 비중도 같은 기간 9.0%에서 8.3%로 0.7%p 감소했다. 당초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분리발주 회피 증가의 주요 원인을 크게 3가지로 압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의 분리발주 예외 사항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고, 이 예외가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하위규정(고시)에 마련됨으로써 제도적인 통제와 의견수렴 및 조정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 △분리발주에 대한 발주기관의 부담이 가중되는 원인은 각 기관 SW사업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이 핵심 △중소 상용 SW 기업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현재 분리발주 대상 SW의 기준인 '5억원 5000만원' 기준이 중소 상용 SW 기업에게는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 등이다.
정 입법조사관은 “2010년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상용 SW 분리발주 제도는 국내 상용 SW 산업의 성장과 IT 서비스 중심의 SW 산업 생태계를 개선하는데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이 제도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인 국가기관 등의 상용 SW 구매 확대에는 기여하지 못했고, 중소 상용 SW 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용 SW 분리발주 예외의 구체화 및 관리 강화, 상용 SW 분리발주 지원기능 강화, 분리발주 대상 기준 재설정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 입법조사관은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고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에 분리발주 예외를 규정하고 하위법령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도록 해 예외사유 자체를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 “이와 동시에 국가기관 등의 기관평가 업무평가에 상용 SW 분리발주 준수율을 포함시키고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에 전문기관 지정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