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서비스BU장 부회장이 롯데지주 대표로 이동하며 황각규 부회장과 '투톱(Two Top)' 체제를 이루게 됐다. 롯데지주는 '황·송' 부회장 투톱 체제로 변화한 만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분야별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뤄 미래 성장에 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을 롯데지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과 황 부회장 공동 대표로 운영됐지만 이번 인사로 3자 대표 체제가 구축됐다. 신 회장이 그룹 '원 리더' 역할을 맡고 황 부회장과 송 부회장이 각각 오른팔과 왼팔이 돼 보좌하는 구도가 갖춰졌다.
황 부회장과 송 부회장은 1955년생 동갑내기다. 송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부터 호텔롯데 상장 등 중대사안을 챙겨온 인물로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황 부회장 역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그룹 주요 M&A를 관리하며 롯데의 성장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황 부회장은 그룹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면서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도 계속해 나간다.
호텔&서비스BU장에서 자리를 옮긴 송 부회장은 인사, 노무, 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송 부회장은 그룹의 인재육성 및 조직 업무 효율을 통해 그룹의 근본적인 역량 강화에 주력하게 된다.
송 부회장은 롯데호텔이 개점한 1979년 입사해 40년간 호텔업계에 몸은 담은 전문경영인이다. 롯데호텔에서 영업과 마케팅, 총지배인 등을 거쳤고 해외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2년 내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호텔롯데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7년 BU체제가 도입되면서 호텔·서비스BU장에 선임됐다. 송 부회장은 2015년 롯데 형제의 난 당시 신 회장을 공개 지지하며 깊은 신임을 얻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황 부회장에 이어 송 부회장까지 지주사 전면에 포진하면서 내년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룹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이봉철 재무혁신실장 사장이 호텔&서비스BU장을 이동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특히 지난달 대법원에서 국정농단 관련 신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지난 11일 관세청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유지 결정이 발표되면서 상장 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리스크가 해소돼 상장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휘한 만큼 미래 경영 계획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며 “투톱 체제 전환은 두 부회장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리스크에 조기 대응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