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배달시장 독식을 예약했다. 판은 깔렸다. 배달시장은 크게 세 가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배달 주문을 받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음식을 만드는 상점 내 포스(POS) 단말기, 배달기사를 부르는 배달 대행 앱으로 나뉜다. 배달의민족은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연동을 통해 이들 분야를 한데 묶고 있다.
POS 영역은 스타트업 '푸드테크'가 맡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2017년 7월 120억원을 투자한 회사다. 푸드테크는 배달의민족을 등에 업고 POS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배달 대행 앱과도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배달 대행 브랜드 배민라이더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투자한 바로고와도 API를 연동했다. 최근에는 메쉬코리아와 연계 작업을 마쳤다.
배달 앱 시장도 배달의민족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DH가 투자를 하면서 배달의민족, 요기요·배달통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독자경영 체계를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DH코리아가 서비스하는 요기요·배달통과 화학적 결합을 위한 기틀은 마련됐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DH와 인수합병(M&A) 발표 보름 전 DH코리아와 매출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를 연동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업무협약서를 교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소상공인 편익 증대를 위한 협업이라고 설명했지만 M&A 직전에 성사된 업무협약이다 보니 뒷말이 무성하다.
업무협약이 진행되기 불과 넉달여 전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자영업자 매출 관리서비스 '배민장부'를 두고 두 회사는 법정공방까지 예고했었다. 당시 DH코리아 측은 배민장부가 요기요 가맹점 정보를 빼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경 대응 불사 의지도 보였다.
경쟁사 간 데이터 공유는 배달업계뿐 아니라 플랫폼 시장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일부 배달 대행업체는 우아한형제들에 데이터 연결을 요청했지만 1년 넘게 미뤄져왔다. 이에 따라 일선 상점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배달대행 시스템에 주문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달시장처럼 국내도 주문과 POS, 배달이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인상과 같은 소비자, 소상공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업계에서 최근 일어난 빅딜은 우버가 동남아 사업권을 그랩에, 중국 사업권을 디디추싱에 판 것이 대표적이다. 디디추싱, 그랩 모두 인수 이후 수수료를 대폭 올려 비판을 받았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배달시장 통합 작업은 시장 양성화라는 긍정적 측면과 독점화라는 우려를 동시에 갖는다”며 “외국기업에 배달시장 주도권이 넘어간 책임을 우아한형제들에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에서 힘을 실어준 그랩, 고젝, 올라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국내 스타트업은 규제로 성장을 억제당했다”며 “결국 유망 스타트업 퇴로는 외국기업에 인수되는 것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요기요와는 배민장부 관련 데이터를 연동하기로 한 것”이라며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두 회사가 합의된 방식으로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개인정보 이슈로 API 연동을 꺼려왔다”며 “그러나 내부 및 협력사 보안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올해 초부터 배달 전 분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