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 인적쇄신에도 먹구름 전망…새해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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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위기의 유통업계가 고강도 쇄신인사를 단행했지만 새해에도 업태 전반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조적 침체기가 이어지고 정부 규제까지 거세지면서 새로 선임된 유통 수장들 모두 녹록지 않은 첫 해를 보낼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새해에도 대형 유통업체 전반에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소매유통업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으며 오히려 올해보다 영업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20년 사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판관비 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새해에도 온·오프라인 매출 확대를 위한 모객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널 간 경쟁 심화가 온라인 사업 흑자전환 시기를 지연시키고 오프라인 매장 수익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하향 조정된 각 유통사 신용등급 역시 회복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점쳤다.

한기평은 “오프라인 매장의 초저가 전략은 매출 증대에 기여하겠지만 수익성을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면서 “위축된 소비심리로 가격 행사 낙수효과가 예년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내수 부진과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오프라인 유통업 선순환 구조가 악화된 상황에, 보유자산을 활용한 재무적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유통업 전반에 위기에 맞서 이마트는 컨설팅 업계 출신 강희석 대표를 실적 개선을 이끌 구원투수로 수혈했고, 현대백화점은 수장에 1960년생인 김형종 한섬 대표를 배치했다.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백화점 경험은 없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호실적을 이끈 차정호 대표를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택했다. 오는 19일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롯데 역시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대폭 물갈이 인사를 앞두고 있다.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유통업의 반등을 일궈내기 위해 새로 선임된 유통업체 대표들은 시작부터 큰 도전에 직면했다. 당장 새해 경영전략 수립 자체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유통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대규모 점포 개점 시 상권영향평가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특약매입 부당심사지침은 판촉행사 비용의 약 50%를 백화점이 분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할인행사 위축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 유통업이 워낙 어려웠던 만큼 연말 인사 칼바람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여기서 한 번 더 실기하면 영영 회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인적쇄신을 택했지만 극적인 반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