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기존 방식에 비해 인프라 비용이 늘어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클라우드로 이전하게 되면 눈에 드러나는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클라우드에는 가상화 페널티가 있다. 따라서 유사한 사양을 선택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성능이 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스토리지 경우 더욱 그러하다. 로컬 버스에 접속한 SSD(Solid State Drive)와 원격 볼륨으로 관리되는 SSD는 명령이 오가는 왕복 지연 시간(Round Trip Latency)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원격 볼륨에서 스위치 단의 지연은 빨라도 수십 마이크로초 정도이지만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 버스 지연은 나노초 단위로 내려간다.
또 원격 볼륨은 하드웨어 단에서 지연 이외에도 그 위에 얹힌 운용체계(OS), 가상화 레이어, iSCSI(Internet 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 드라이버 등 스택 레이어에서 추가적인 처리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로컬 버스보다는 전송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IOPS(Input/Output Operations Per Second)를 끌어올리기가 녹녹하지 않다. 따라서 높은 IOPS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상품은 당연히 비싸다. 한마디로 말해 성능 면에서 열세인 동시에 가격은 높다.
그렇다면 왜 성능이 떨어지고 저렴하지도 않은 클라우드를 기업들은 굳이 사용하는 것일까? 그럴싸한 포장에 속아서 별로 좋지 않은 물건을 비싸게 구매하는 것일까? 기업들이 정말 그렇게 바보일까?
당연하지만, 이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민첩성(Agility)이다. 빠르게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완료한 시점에 인프라를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큰 이익이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프라의 자원 할당·관리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자동화해 인력이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괄 운영하도록 하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클라우드 이전의 인프라 관리는 인력에 크게 의존했다. 이 경우 어떤 인력이 인프라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품질에 크게 차이가 난다.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인력이 관리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주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인프라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인건비는 비쌀뿐만 아니라 연봉과 관계없이 인력을 구하기도 매우 힘들다. 또 적은 인력으로 큰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피로도가 높아져 휴먼 에러(인적 실수)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IT기업 입장에서 안정적 인프라 운영은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무이다. 이 부분의 품질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품질이 아주 높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질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만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로 이전하게 되면 이러한 운영 업무를 어느 정도 자동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동화된 시스템이 운영을 담당하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원을 할당, 배포, 회수한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반복 작업하기 때문에 실수 가능성은 적어지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자원을 가상화해 디지털 객체로 다루는 클라우드 특성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반복적인 업무는 계속 기계에게 넘기고 사람은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말하자면 모든 오브젝트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인프라에 적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비용이 다소 늘어나고 성능 면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클라우드화로 인한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다.
만약 성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아파치(apache)나 엔진엑스(nginx)가 이렇게까지 널리 쓰일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는 C++로 웹서비스를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클라우드도 비용과 성능을 뛰어넘는 자동화 편의성을 제공하는 덕분에 기업은 인프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비즈니스의 핵심에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의 진정한 편익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자원을 가상화한 서비스가 아닌 것이다.
<자료제공:클라우드 전문기업 케이아이엔엑스(KINX)> 노규남 클라우드사업담당 이사 bardroh@kinx.net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