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새해 주 52시간 특별연장근로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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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와 IT업체가 모여있는 판교에 근로시간과 관련한 이슈가 몰아치고 있다. 사진은 16일 판교역 광장에 붙어있는 현수막. (특정 기업과 관련없음)

게임업계가 새해 1월부터 확대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술렁이고 있다. 특별연장근로인가 사유 추가 때문이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크런치를 우려하는 의견이 비등하다. 반면 흥행산업 특성을 고려한 경쟁력 회복을 꾀할 방법이라는 이견도 존재한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런치 부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철야를 반복하는 일을 뜻한다.

새해부터는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 증가'와 '시설 및 설비 장애 고장 등에 대한 긴급 대처'가 필요할 경우 52시간 이상 연장근무를 할 수 있다. 이미 52시간을 시행 중이던 300인 이상 기업에도 적용된다.

노동자 측은 사실상 야근과 철야가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새롭게 추가된 두 항목이 크런치 모드 시행조건과 맞아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임 출시를 앞둔 시점은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로 볼 수 있고 출시 후 업데이트와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연장근로가 상시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게임업계에서 크런치 모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장시간 노동 문제 탓에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최근에는 중소개발사 직원이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가 돌아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크런치 모드는 작년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대외적으로는 업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기업은 신제품 출시를 위한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강요할 것”이라며 “노동자는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대형 게임사 서버 프로그래머도 “매우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라며 “출시 이전은 물론이고 출시 이후 각종 서버 문제나 관리라는 명분으로 크런치할 수 있는 명분을 법으로 만들어 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업 측은 공식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프로젝트 일정 관리에 유연함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의 묘를 살려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게임은 흥행산업이다. 출시 시기와 업데이트, 이벤트가 게임 생명 주기와 모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실제 1년에 가까운 크런치 모드 계획을 공지해 많은 성토를 받고 계획을 철회한 업체는 예상 출시일을 맞추지 못했다. 거대 게임이었지만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산업특성에 맞지 않는 근로시간에 대한 우려는 경영진에게 널리 퍼져있었다. 게임업체 대표 출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주 52시간제 일률 적용이 개인이 일할 수 있는 권리까지 막고 있다”고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속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중견 게임사 CEO는 “출시와 운영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며 “중국이나 글로벌 게임사와 직접 경쟁하려면 산업 특성에 맞는 근로 시간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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