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그는 기업의 외적 성장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혁신으로 LG를 우리나라 기업의 모범으로 이끌었던 '재계 어른'으로 꼽힌다.
민간 기업 최초 기업 공개, 고객가치 경영 도입, 대기업 최초 '무고(無故) 승계', 구씨와 허씨 양가 동업의 아름다운 정리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었다. 그가 회장직에서 내려오며 남긴 이임사에서도 “혁신은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이며 내 평생의 숙원”이라는 말도 했다.
1970년 2월 그룹 모체인 락희화학이 민간 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기업공개를 통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곧 이어 전자 업계 최초로 금성사가 기업공개를 하며 주력 기업을 모두 공개한 한국 최초 그룹이 됐다. 이후 금성통신, 금성전기, 금성계전, 럭키콘티넨탈카본 등 주요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단행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
구 명예회장은 또 해외 투자에 그치지 않고 독일 지멘스, 일본 히타치·후지전기·알프스전기, 미국 AT&T 등 세계 유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 경영을 펼쳤다. 이를 기반으로 LG는 세계로 활동 무대를 확장할 수 있었다.
호평을 얻는 LG 기업문화의 기반에도 그가 있다. 구 명예회장은 국내 대기업 사상 첫 '무고(無故) 승계'를 단행하고, 구씨와 허씨의 동업도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우리나라 재벌가가 일반인의 호평을 얻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유독 LG그룹은 상대적으로 비난을 받는 일이 적다. 정도경영과 합리적인 승계과정도 LG가 쌓아온 큰 자산임에 틀림없다. 정부와 재계 고위층은 물론이고 구 명예회장과 인연이 있던 일반인 소회와 애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적잖이 올라온다. 이는 사회 지도층이면서도 소탈하고 정이 있던 한마디, 작은 하나의 행동 때문일 것이다.
이제 LG의 추가 성장과 좋은 기업문화를 지속할 임무는 구광모 LG 회장에게 놓였다. 끝까지 혁신을 강조했던 구 명예회장의 뜻을 잘 따르며 보다 성숙한 기업으로 LG가 발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