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천상의 섬에서 비극의 현장으로...뉴질랜드 화산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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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화이트섬 분화 모습. 연합뉴스

뉴질랜드 화이트섬에서 지난 9일 (현지시간) 화산이 분출하면서 관광객을 비롯한 16명이 사망했다.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 상태도 심각하다. 28명 중 23명이 심한 화상 때문에 중태에 빠져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치료를 위해 뉴질랜드 의료 당국이 미국에 추가 주문한 이식용 피부의 면적만 120만㎠에 이른다.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가 큰 것은 화산 활동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화산 활동 특성과도 연관이 깊다.

화이트섬은 뉴질랜드 베이오브플렌티 지방에 있는 북섬에서 동쪽으로 48㎞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활화산 화산섬이다. 성층 화산으로, 큰 화구 안에 유황호를 품고 있다. 지금도 종종 분화하며 분기공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화이트섬은 지난 13년간 폭발이 없었다.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 덕에 관광 명소로 떠올라 매년 1만7000여명이 헬멧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이 섬을 찾았다.

이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화산재 분출 등 화산 활동을 의심할만한 징후가 보이지 않았고 관광객 출입이 허용됐다. 그러다 갑자기 화산 활동이 발생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이날 화이트섬 화산 분화 형태는 수증기 분화(hydrothermal eruptions)다.

화산 분화는 통상 마그마 분화작용으로 일어나는데 이번 분화는 마그마로 과열된 지하수계 증기가 폭발했다. 증기 분화는 마그마 분화와 달리 사전에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설명이다.

수증기 분화가 발생하면 대체로 인명 피해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온타케산 분화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2014년 9월 27일 온타케산의 갑작스런 분화로 70여명이 사망했으며 5명은 아직도 실종상태다. 열수, 수증기 분화로 인해 화산쇄설물이 솟구쳤고 사망자 대다수가 이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일본 당국은 “마그마가 온타케 화산 아래의 지하수계를 가열하면서 발생해 화산 분화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화이트섬 인명 피해로 인해 화산 지역 관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화이트섬은 사실 최근 지질학자들이 분화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지만 평소처럼 관광객 진입을 허용했다.

앞선 7월엔 이탈리아 스트롬볼리섬에서 화산 분화로 인해 굴러 떨어진 바위에 맞아 관광객 한 명이 사망했다. 이밖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화산재를 피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일각에선 화산 활동 지역을 관광 상품화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과학과 화산관측기술이 발전했지만 예측을 불허하는 화산 활동 특성과 측정 한계 등으로 인해 화산 분화 가능성, 시기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또 작은 규모 화산 활동일지라도 분화구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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