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으는 '짠테크족'…잔돈으로 주식 사고 적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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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36·남)는 최근 소액 주식투자에 재미를 들였다. 투자금은 카드결제 후에 남은 자투리 돈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A씨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목돈을 주식에 투자하기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자투리 돈을 투자하면서 재미는 물론 돈을 모을 수 있어 새로운 재테크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물건을 살 때 또는 서비스 대가로 돈을 낼 때 발생하는 자투리 돈을 활용한 '잔돈금융'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거두려는 '짠테크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사들도 이런 잔돈금융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먼저 신한카드는 최근 카드를 쓸 때 생기는 자투리 돈을 활용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투자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1000원 미만 또는 1만원 미만만 정하면 카드 결제 후 남은 자투리 돈을 아마존, 애플, 스타벅스 등 해외 유명 주식을 0.01주 단위로 매매하는 것이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카드를 이용할 때 1000원 미만 잔돈을 미리 지정해둔 은행계좌에 자동으로 저축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 티클은 1000원 단위로 잔돈이 쌓이면 미래에셋대우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자동으로 쌓이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잔돈을 모아 적금에 넣으면 끝전을 맞춰주는 금융상품도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적금 상품 '잔돈모아올림'을 판매한다. 이 상품은 1만원 이하 잔돈을 일반 입출금 계좌에서 적금계좌로 이체하면 만기 때 원단위를 만원 단위로 올려주는 상품이다.

잔돈을 활용한 금융상품은 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한 형태다. 해외에서는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이런 형태의 잔돈금융 상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에이콘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된 카드를 이용할 때 결제금액을 '올림'해 잔돈으로 조성하고 이를 투자하는 잔돈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조성된 잔돈은 펀드·주식·채권 등 다양한 투자처에 투자된다.

이외에도 이용자가 온라인 쇼핑으로 얻은 캐시백을 투자 계좌로 입금하거나 앱이나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경유해 제휴 가맹점에 접속한 뒤 상품을 구매할 때 금액의 일정 비율을 투자 계좌로 입금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콰피탈은 소비관리 및 자동저축 기능을 제공해 일정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소액을 저축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역시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이런 형태의 잔돈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에서는 핀테크 업체를 통해 금융소비자 수요에 맞춘 혁신적 금융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회사도 다양한 해외 아이디어를 참고해 국내 금융소비자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잔돈금융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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