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미·중 무역분쟁 1단계 협상이 불발될 전망이며 반도체 업황 회복도 연말에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카를로스 카사노바 코파스(COFACE) 아시아-태평양 총괄 애널리스트가 전자신문과 만나 2020년 한국 경제 전망을 다소 비관적으로 제시했다. 경제 둔화 흐름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코파스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세계 3대 신용보험회사로 각 국가의 경제 위험도를 산업 분야별로 평가하고 있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상황에 따라 1.8~1.9%로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위험도 증대를 꼽았다.
코파스는 지난 3분기 한국 산업 분야 중 ICT 위험도를 '중간'에서 '높음'으로 조정했다. 자동차, 에너지, 철강, 조선업에 이어 우리나라 경쟁력이던 ICT까지 고위험 단계에 들어섰다. 반도체 산업 둔화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카사노바는 “5세대(5G) 통신 확산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9월 신규 스마트폰 판매량도 예년에 미치지 못했다”며 “현재 5G에 대한 수요도 낮아 관련 사업 이윤 폭도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5G가 당장 내년 세계 시장의 모멘텀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후방 산업인 반도체 시장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반도체 업체의 단가 상승을 위한 생산량 감산 등 노력에도 세계적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미국은 무역협상이 타결 되지 않을 경우 12월 15일부터 중국산 제품 1600억달러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그는 “1단계 무역협상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만 나올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미국이 12월 15일 발표할 4단계 관세 조치를 아예 없애고 싶겠지만 미국 정부는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조치를 연기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로는 “미국 정부는 그간의 조치를 완전히 무효화하기 위해 중국이 연간 500억달러 규모 콩을 사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 것”이라며 “그러려면 중국 국민이 매끼 콩만 먹어야한다. 중국 정부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성장률이 6%대까지 붕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무역분쟁 장기화를 핑계로 경기 부양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기엔 기업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160%에 달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한국 경제 해결책으로는 '정부 지원책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점이 한국의 약점인데 기업이 청년, 여성 고용을 늘리도록 정부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며 “일자리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고용의 질이 개선되는지도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파스는 지난 27일 한국기업데이터(KED)와 '글로벌 경제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