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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테카바이오 연구진이 애디스캔을 이용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있다.(자료: 신테카바이오)

국내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솔루션 업체의 몸값이 수직 상승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 도구로 치부하던 AI 기술이 신약 개발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협업 속에 상장과 자체 신약 개발 시도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예사스럽지 않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테카바이오, 스탠다임 등 국내 AI 신약 개발 솔루션 업체들이 최근 대형 투자 유치와 함께 늘어나는 협업 요청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통적인 신약개발 환경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AI 기술을 찾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늘었다. 공동 프로젝트 논의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AI 기술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10년 이상 걸리는 기간과 2조원 이상 투입되는 비용을 최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주 활용처는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설계, 약효 예측 등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AI에 눈을 돌리면서 신테카바이오와 스탠다임 등 관련 솔루션 기업도 덩달아 바빠졌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의 합성 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마커 발굴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등 국내 제약사와 신약 개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유한양행으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음 달 19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AI 신약 개발 업체로는 세계 최초다.

상장, 투자 유치 등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서 국내외 협업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협업을 확대한 인프라를 보강하고, 장기적으로 자체 신약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현재 고객사가 4~5곳이지만 최근 AI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5개 이상 기업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이 약물 효능과 독성을 찾는 과정에서 유전자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둔 예측 모델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태순 대표는 2023년부터 파트너와 쌓은 AI 신약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자체 신약 개발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탠다임도 기존 약물 가운데 새로운 효능을 찾아내는 리포지셔닝과 신규 후보물질 발굴 AI 기술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한다. 현재 고객사는 SK케미칼 등 3개사다. 최근 SK로부터 100억원 투자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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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 회사는 그동안 연구개발(R&D) 성과를 내년 초에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우선 3월부터 AI로 발굴한 신규 후보물질 6종을 공개한다. 대부분 항암 물질이다. 자체 개발보다는 임상승인계획서(IND) 신청 이전 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AI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 공개한 사례는 두세 건밖에 없다. 이런 성과에 기반을 두고 2022년에는 상장한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제약·바이오기업의 AI 관심이 확실히 늘었다”면서 “내년 3월을 시작으로 우리가 발굴한 후보물질을 공개하는 등 실질적인 데이터를 확인하면 기업들의 관심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까지가 신약 개발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방법론 구상과 트렌드 분석 시점이었다면 내년은 실질 적용과 초기 성과 도출까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AI에 대한 학습과 준비 단계였다면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움직임이 가속될 것”이라면서 “세계 트렌드가 AI로 향하는 상황에서 국내 신약 개발 AI 솔루션 업체의 역량도 인정받는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