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체제 LG그룹 세대교체가 빨라진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조성진 부회장이 용퇴를 택했다.
조 부회장은 28일 LG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사임 뜻을 그룹에 전달한 것이다.
조 부회장은 LG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그는 재계에서는 보기 힘든 고졸 출신 최고경영자로 주목 받았다. 고학력자가 즐비한 재계 경영진 가운데에서 평사원에서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조 부회장은 이른바 '고졸 신화' '세탁기 장인' 일화를 만든 주인공이다.
2016년 LG전자 대표이사에 부임한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LG전자 '가전 신화'를 새로 썼다. 의류건조기, 스타일러로 이어지는 신가전 돌풍을 일으켰다. 조 부회장 지휘 아래 LG전자는 지난 3년 사이 세계 최고 가전 브랜드로 성장했다. LG전자는 제조업임에도, 이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과 꾸준한 실적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는 올해 상반기 매출 11조5698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월풀 매출은 11조3982억원이었다.
조 부회장 퇴진에 따라 LG전자 고위급 인사 연쇄 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퇴진은 구광모 회장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뉴 LG'가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영입했다. 그룹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외부 영입 사례로 파격 인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난 9월에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났다.
신속한 변화에 대한 구 회장의 위기의식은 여러 차례 감지됐다. 구 회장은 최근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 위기에 앞으로 몇 년이 우리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의 뒤를 이어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권 사장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과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편,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사장 역시 퇴임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영업을 총괄했던 최 사장은 조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LG전자의 국내 가전시장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