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술강국으로 가는 글로벌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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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반인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통상용어 가운데 하나가 아마 글로벌 가치사슬일 것이다. 제품 설계에서 원재료 및 부품 조달, 생산, 유통 및 판매에 이르는 기업의 사업 활동에 전 세계 국가가 가치사슬로 연계돼 있는 현상을 말한다. 다국적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글로벌 분업화를 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현재 글로벌 가치사슬이 변화 과정을 겪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속에서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자국 이익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가속되면서 국가 간 경제 협력이 과거 저임금 노동 위주의 글로벌화를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중심의 고부가 가치 분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지향형 경제 구조를 띠는 우리로서는 제조업 기반인 기초소재·부품·장비 부문의 해외 의존도, 특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 사태도 이러한 취약성을 파고든 것이다. 우리 기업이 '생산 기술 무기화의 위험성'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진행으로 기술력 무기화 현상을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부문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고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 선진국 기업과 기술 협력을 강화, 우리 기업의 기술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월 마지막 주에 개최된 '소재·부품 국제협력 위크(WEEK)'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는 선진 기술 강국의 강점 분야 중심으로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프랑스·이스라엘·러시아와의 기술 교류 세미나, 1대1 상담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앞으로 부품·소재 사절단 상호 파견, 콘퍼런스 및 상담회 공동 개최, 인적 교류 등을 통해 양국 간 소재·부품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부와 대한상의, 한불·한미상의가 공동으로 개최한 프랑스, 미국과 기술협력 세미나에서는 각계 전문가가 발제자로 나서서 첨단 기술과 협력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설명했다. 프랑스와는 항공·자동차·기계 분야, 미국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소재·부품 협력 시너지 기대가 높았다. 러시아, 이스라엘과도 정보통신기술(ICT) 등 혁신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민간 공동 펀드 조성 등 금융 지원 방안과 기업·기관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기술 융·복합화 등 소재·부품 관련 기술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실제 중소·중견기업이 선진국 기업과 독자 협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높은 기술력을 공유할 수 있는 국제 차원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투자지원 정책 적극 전개를 통해 기업의 리스크 부담을 덜어 주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소재·부품 경쟁력을 보유한 새로운 국가와의 협력 체계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재·부품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에는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과정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해외 기술 도입, 인수합병(M&A), 인력 교류는 경쟁력을 갖춘 해외 선진국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필요 조건이다. 행사가 단발성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지속해서 기술 협력을 이어 갈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한편 앞으로 민·관이 함께 협력해서 한국이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중심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호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본부장 kang@korch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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