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이 4년 이상 유지해 온 사명을 바꾼다. 숙박·액티비티 O2O 플랫폼이자 서비스명은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위드이노베이션이 회사명 교체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사내 공모전을 열고 구성원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새 사명은 △목표·포부가 드러난 사명 △서비스를 강조한 사명 △기업문화가 반영된 사명을 기준으로 공모한다. 비바리퍼블리카(혁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성공), 우아한형제들(일하는방식), 다섯시삼십분(퇴근시간) 등이 예시로 주어졌다. 여기어때, 호텔여기어때, 호텔타임 등 기존 서비스명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내 경영진, 주주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단 내부 구성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브랜딩을 구축해 도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경영진 판단이 작용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올해 9월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털이 심명섭 전 대표를 포함해 주요 주주가 갖고 있던 지분 약 85%를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과거 지마켓 인수를 총괄 지휘했던 최문석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최 신임 대표는 “O2O 플랫폼을 한층 고도화하고 M&A를 통한 공격적인 신사업 육성과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이른바 '트라이앵글' 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위드이노베이션 사명 교체가 심명섭 전 대표 흔적을 지우려는 노력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위드웹에서 운영하는 웹하드 서비스에서 불법 음란물 유통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위드웹은 심 전 대표가 2008년 설립한 회사다. 2015년 여기어때 사업 부문만 법인 분할한 회사가 위드이노베이션이다.
당시 경찰은 심 전 대표가 웹하드를 실질 운영해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올해 9월 심 전 대표가 웹하드 사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사명 교체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투자사 및 신임 대표가 심 전 대표 그림자를 지우고 자기 색깔을 내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해석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사명 변경은 2015년 '채널브리즈'가 '직방'으로, 2018년 '큐딜리온'이 '중고나라'로 바뀐 사례가 있다. 두 사례 모두 핵심 서비스 브랜드명을 사명으로 가져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 때문에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새 사명으로 '여기어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