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조업 포함 디지털세 유력…미국 힘 재확인

"디지털세에 제조업 포함"...美 입김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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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디지털세 주제 회의장 모습.(사진=법무법인 양재 제공)

디지털세 납부 대상에 제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디지털세 합의 도출까지 50여일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디지털세 논의 주도권을 확실히 움켜줬다. OECD 논의는 내년 1월 29~30일로 예정된 OECD, G20 회원국 간 협의체(IF) 회의를 끝으로 공식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합의안은 OECD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으로 도출된다. OECD는 내년 6월 디지털세를 시행할 방침이다.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22일(현지시간)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디지털세를 안건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국가별 디지털세 배분 방식인 '이익분할법'을 집중 다뤘다. 디지털세 범위에 제조업을 넣은 방안을 두고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회의에는 IT·제조 분야 기업, 주요국 정부 관계자, 법률·회계 전문가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미국 주장이 담긴 OECD 디지털세 초안에 동의를 표했다. 이른바 빅4 회계법인으로 불리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딜로이트, KPMG, 언스트앤드영(EY)이 지지를 나타냈다. 기업 중에는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니레버, 부킹닷컴 등이 힘을 실어줬다. 구글, 우버는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떠났다.

반대 진영 창끝은 무뎠다. 중국 화웨이는 별다른 언급 없이 진행 상황만 지켜봤다. 유럽통신연합이 반기를 들었지만 “실무상 세수 분배가 어렵다”는 논리 외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올 만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도 견제구를 던지지 않고 퇴장했다. 일본기업연합 역시 반대편에 섰지만 미국 뜻을 뒤집기보단 자국 실리를 택했다. 일본 측은 국가별 소득 배분 기준이 다를 수 있는 이익분할법 특성을 파고들었다. 모회사로 집계된 다국적 기업 영업이익 중 최소 15%를 일본이 과세소득으로 확보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측에서만 날선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성수 법무법인 양재 변호사는 디지털세에 제조업을 넣으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익분할법도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한 변호사는 발표자로 나서 “사업 활동이 계속,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지역을 디지털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제조업과 같게 과세한다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며 “OECD는 특정 국가가 아닌 모든 나라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조업 반발도 무기력했다. 미국제조회사연합, 유럽제조회사연합, 석유회사연합이 반대 전선을 구축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임재광 회계사는 “OECD가 합의안을 서둘러 도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는 뜻만 강조했다”면서 “제조업체들이 지금 상황을 가볍게 여겼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익분할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다국적 디지털기업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매출을 집계한다. 총액에서 마케팅, 연구개발(R&D), 영업 활동으로 번 '통상 수익'을 뺀다. 나머지 액수는 무형자산을 활용해 올린 '초과 수익'으로 추정한다.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수익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이처럼 전체 매출에서 통상 수익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구한다.

OECD는 초과 수익을 두고 다국적기업의 해외 자회사, 관계사가 위치한 국가들이 과세권을 나눠 갖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의 결과에 따라 국내 입장에선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미국을 비롯 소비 시장이 큰 지역일수록 세수 확보에 유리하게 디지털세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세 부과 범위에 제조업을 넣은 이유기도 하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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