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웹툰·웹소설 거래액이 올해 1조원을 돌파한다. 만화와 소설이 K팝과 게임에 이은 새로운 '수출 효자'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게임으로도 만들어지면서 지식재산권(IP) 가치 또한 상승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글로벌 웹툰·웹소설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지난해 글로벌 거래액은 6000억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우선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의 올해 연간 거래액이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는 카카오가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운영하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이다. 거래액은 이용자가 현금 또는 포인트로 결제한 총액이다. 웹툰 플랫폼은 거래액 가운데 일정 비율을 작가 등 창작자와 나눠 가진다.
카카오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카카오페이지·픽코마의 2019년도 거래액을 각각 2900억원, 14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네이버가 예상한 네이버웹툰 거래액 6000억원을 합치면 1조원을 넘는다. 레진코믹스, 탑툰 등 전문 업체의 매출과 무료 독자까지 합치면 산업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T경영경제연구소 등은 당초 2020년 국내 웹툰 사업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웹툰·웹소설 산업 성장에 속도가 붙으면서 '1조원 시대'가 1년 앞당겨진 셈이다.
특히 전통의 만화 강국 미국과 일본에서의 선전이 돋보인다. K웹툰·웹소설 산업의 수출 잠재력을 유감없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카카오재팬이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픽코마는 3분기 거래액으로 38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성장한 수치다. 누적 작품수는 1만1000여개로 지난해 대비 3배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미국 라인웹툰 월활성이용자(MAU)를 연평균 71%, 일본 라인망가 MAU를 연평균 32% 키웠다.
레진코믹스는 2018년도 매출 469억원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거뒀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이어 오고 있다. 레진코믹스는 최근 프랑스 웹툰플랫폼 델리툰과 손잡고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뚜렷하다”면서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웹툰·웹소설 산업 확장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주변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손자회사, 자회사로 스튜디오N과 카카오M을 두고 웹툰·웹소설 IP 사업화에 나섰다. 전문 제작사와의 협업은 물론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네이버·카카오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해 방영한 드라마와 영화는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조선로코-녹두전' '아이템' '어쩌다 발견한 하루' '롱리브더킹:목포영웅' '0.0MHz' 등 10여편에 이른다.
김탁훈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웹툰은 이제 콘텐츠 산업 전 분야에서 볼륨이 가장 큰 공급처로 성장했다”면서 “대중 인지도를 갖추고 스토리텔링 검증을 마친 작품이 많아지면서 창작자는 물론 투자에 이르기까지 훈풍이 부는 분위기”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웹툰·웹소설 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불법 복제 사이트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콘텐츠진흥원 웹툰사업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불법 웹툰 유통으로 업체가 본 피해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실제 시장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고, 성장 가능성도 훨씬 크다는 의미다.
업계도 직접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어른아이닷컴' 운영자 A씨 등 3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윤태용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은 “웹툰이 창의 산업 원천으로 성장했다”면서 “정부는 민간과 협력해 종사자 보호와 산업 성장을 위해 불법 콘텐츠 단속과 침해 방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표> 네이버, 카카오 웹툰·웹소설 플랫폼 거래액, 출처 각사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