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통신서비스(GNS) 사업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GNS 사업은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특정 통신 시설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저렴하고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정보통신서비스 구매제도로, 일정 기준을 갖춘 사업자를 선발해 사업권을 부여하고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발주 기관이 GNS 지침을 준용하지 않아 취지가 무색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관과 지자체는 GNS 사업 가운데 전용회선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GNS 사업자'가 아닌 '기간통신사업자'로 발주하며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 현재(GNS 4.0) 전용회선 공급 사업권을 확보한 사업자는 KT SAT 컨소시엄, SK브로드밴드 컨소시엄, LG유플러스 컨소시엄 등 3개사다.
지난해와 올해 전용회선 사업은 모두 입찰 참가 자격이 기간통신사업자(일부는 '또는 GNS 사업자')로 발주됐다. 사전 규격엔 GNS 사업자로 명시했다가 본 공고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발주 기관은 '더 많은 업체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조달청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지명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을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참여 대상 확대로 3개 GNS 사업자만 참여하면 불가능한 '공동수급 허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발주 기관이 망 안전성을 이유로 2개 사업자가 공동 제안(대표 사업자는 1개)하는 공동 수급을 허용하고 있다.
기존에 전용회선을 공급하던 A사업자가 B사업자에 공동 수급을 제안, 단독 응찰하고 C사업자는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5월 이후 발주된 18개 전용회선 사업 가운데 15개 사업이 공동 수급을 허용했다. 10개 사업을 KT가 대표 사업자로 단독 응찰, 2회 유찰 이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발주 기관이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입찰 참가 자격을 기간통신사업자로 확대해도 통신 3사만 참여하고 공동수급 허용으로 유찰·수의계약이 반복된다.
GNS 취지에도 어긋난다. 기존에 전용회선을 공급하던 사업자가 대표 사업자로 다른 사업자와 협력하고, 나머지 한 사업자는 포기하면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8개 전용회선 사업 가운데 14개 사업 낙찰률이 97.0~100.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쟁 입찰 정보통신사업 낙찰률이 60~70%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례의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18개 사업 가운데 공동 수급을 허용하지 않은 3개 사업 낙찰률은 60% 수준이다.
GNS 제도에 강제성을 부여, 3개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공동 수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GNS는 강제성이 없는 제도다. 공동 수급 역시 발주 기관이나 조달청 재량으로 강제하기가 어렵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1일 “GNS에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자정부법과 국가계약법 등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일부 이슈가 되는 부분에 대해선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컨설팅 전문가는 “공동 수급이 망 안전성을 위해서라면 사업을 분리해 발주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면서 “국가기관 스스로 공정 경쟁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공공기관 전용회선 입찰 문제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