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혈맹을 맺었다. 아시아판 인터넷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각각 50% 지분을 가진 주주로 참여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북미 '인터넷 공룡' 패권에 맞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 인터넷 기업이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네이버는 18일 공시를 통해 “일본 자회사 라인이 Z홀딩스와 경영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라인 모회사인 네이버와 Z홀딩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50대50으로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Z홀딩스 공동 최대주주가 된다.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 '라인', 포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 '야후쇼핑' '조조', 금융서비스 '재팬넷뱅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라인은 일본에서 점유율이 70% 이상인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금융(테크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Z홀딩스와 라인 시가총액은 각각 19조원, 11조원 이상이다. 이들 모 회사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시총은 각각 90조원 및 29조원 수준으로, 합치면 100조원을 조금 넘는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시총 1000조원에 비하면 10% 수준이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손잡았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크다. 지분을 똑같이 소유하며 한·일 양국 어느 한쪽에도 무게가 치우치지 않는 구조를 형성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독식 현상이 커지는 가운데 이른바 '비벼 볼 언덕'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최근 10년 안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일어난 경제 협력 가운데 의미가 가장 큰 사례가 아닐까 한다”면서 “(일본과 아시아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회사를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50대50으로 소유하고 공동 경영한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표명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으면서 Z홀딩스는 일본 안에서만 검색·메신저·간편결제 부문에서 1억명이 훌쩍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인터넷 공룡'으로 재탄생했다. 네이버는 “일본과 아시아에서 최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술과 자본 만남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라인은 간편결제·인터넷은행 영역에서 서비스와 기술을 갖췄다. 이보다 앞선 '캐시리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최상위권에 근접했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사업에 적극 투자를 하고 있다. 2017년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결성, 2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2도 비슷한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공식자료를 내고 “이번 경영 통합이 핀테크 분야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면서 “시너지 창출을 통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면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AI 기반의 새로운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