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퀵배송, 대리운전 등 일감을 중개하는 플랫폼이 온디맨드(On Demand), O2O(Online to Offline) 디지털로 대체되면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이 요기요 자회사 소속 배달기사 일부를 근로자라는 판단을 내리고, 검찰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 공소장에서 소속 드라이버가 실질적인 회사 측 관리·감독을 받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아직 국내법상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의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개별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요기요 사례와 관련,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형태, 계약 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 판단해야 한다”며 “해당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배달 대행기사 업무 실태와 다소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근로자성 인정을 받은 5명의 경우 △배달기사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근무시간·장소를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을 보고한 점을 판단근거로 삼았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최대 54만명으로 추산된다. 고용정보원은 △디지털 플랫폼 중개를 통해 구현 △단속적(1회성, 비상시적, 비정기적) 일거리 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으며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며 소득을 얻는 근로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앱), 배달 앱, 가사도우미 앱, 전문업무의뢰(디자인, 회계, 이사, 번역) 등 대부분 중개 서비스 앱이 포함된다. 투잡, 아르바이트 등을 포함, 적용 대상이 매우 광범위해진다. 따라서 플랫폼과 노동 공급자가 고용관계인지, 아니면 일감을 알선해 주는 계약관계인지 구분하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판례의 경우 2015년 배달 앱 배달기사가 근로자가 아님을 전제로 내려진 하급심 사례가 있다. 가맹점에서 앱을 통해 배달 요청이 올 경우, 배달원에게 수락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지를 주된 논거로 봤다. 2018년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판단,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유지했다.
타다 사례의 경우 조건이 달라 내용이 더 복잡하다. 타다는 렌터카 영업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기사 알선만 가능하다. 현행법상 직접 고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드라이버 활동을 시작할 때 프리랜서와 파견직 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파견업체 소속 드라이버는 출퇴근 시간과 근무지가 고정되고 일정한 월급을 수령한다. 프리랜서는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고 근무시간만큼 수입을 얻어간다.
2015년 판례와 타다 사례가 다른 부분 중 하나는 기사의 스마트폰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통해 대기 지역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드라이버의 현재 위치와 상황 관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으로 볼 여지가 있다. 쏘카 측은 소속 기사 어뷰징(남용)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타다가 드라이버에게 건당 수수료가 아닌 시간제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실제로 2017년 '우버이츠' 국내 출시 당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우버는 기사 확보를 위해 건당 수수료 외 대기시간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일부 배달기사들은 배달 주문이 발생하지 않는 경계 지역에서 대기하며 수당을 챙겼다. 타다가 시간제가 아닌 건당 수수료 체계를 도입하면 택시에 비해 강점이 약해진다. 수입 증대를 위해 벌어지는 난폭운전이나 승차거부 문제 해결이 어렵다.
프리랜서 기사에 대한 지휘감독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쏘카 측 입장이다. 파견업체를 통한 파견법상 위장도급과 프리랜서 지휘·감독을 달리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근무시간을 비교적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고 본다. 다른 본업이 있거나 문화예술계 종사자의 경우 안정된 일자리보다 여건에 맞는 근무 효용성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타다는 파견업체 5개사에서 600여명, 용역업체 22개사에서 프리랜서 8400여명 등 모두 9000여명을 운전에 투입하고 있다.
쏘카 관계자는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4대보험 적용을 못 받는 점은 안타깝지만, 이는 쏘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사례처럼,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된다면 충분히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성 인정 판례 논거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