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을 현재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한다. 예타 심사시 혁신·도전 과제에 대해선 경제성 평가 비중을 5% 아래까지 낮춘다. 예타 도입 이후 증가한 경제·재정, 국가 연구개발(R&D)투자 규모를 고려해 대상 기준 금액을 현실화하고 세계 최고 수준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R&D를 확산하기 위한 조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 R&D 예타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과기정통부는 개선안에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현재 '500억원(국고 3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국고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는 과기정통부, 과기계 안팎에서 커지는 예타 대상 기준 금액 조정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1999년 예타가 도입된 이래로 지난 20여년간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은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당시 대비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약 3배, R&D예산은 5배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이 낮다는 지적이 따라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예타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기준금액이 300억엔으로 우리 대비 6배 가량 높다. 예타 대상 금액이 낮다보니 예타를 피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500억원 이하 단위로 쪼개 신청하는 등의 행정 낭비가 따랐다.
국회에서도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예타 대상 금액 조정 논의에 불을 지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R&D의 유형을 '프로젝트형'과 '프로그램형'으로 구분, 프로그램형은 예타를 면제, 프로젝트형은 예타 기준 금액을 1500억원(국비 900억원)으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도전·혁신적 과제에 대한 예타 심사시 경제성 평가 비중도 5% 미만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앞서 기초연구에 한해 경제적 타당성 비중을 30~40%에서 5~10%로 낮춘데 이어 실패 확률이 높은 도전적 과제에 대해서도 경제성을 크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
개선안에는 이와 함께 R&D 사업 목적에 따라 유형을 구분하고 조사 기법을 달리하는 내용과 정부정책과 대형 연구개발의 연계강화, 예타에 사회적 가치 반영,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는 종합평가(AHP)에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대폭 확대해 조사의 개방성을 높이는 방안, R&D 예타를 총괄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이외 R&D 예타를 수행하는 조사기관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센터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공청회를 열고 업계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예타는 경제성 관점에서 사업의 효율성을 따지기 위해 도입했지만 최근 R&D는 재정효율성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다”면서 “현장 기대와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11월 말에 확정하는 최종안에 이를 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