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14일 마감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입찰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로선 면세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가 불참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유력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신규 입찰에 참여하기에 앞서 두타면세점 부지 임차를 놓고 두산 측과 치열한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 철수를 결정한 두산이 두타면세점 자리 임대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두산과는 임대차 계약 외에도 물류창고 등 자산 인수, 인력 이전, 재고물품 양수도 등에 대한 복합적인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 불확실성을 낮추고 빠른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장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0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23.8% 감소했다. 신규 사업인 면세점 적자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3분기 면세점부문 영업손실은 1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80.0% 확대됐다.
면세사업은 몸집을 키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바잉파워(구매 협상력)를 늘려야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 매입단가를 낮추고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선 사업장 확대가 절실하다.
누적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자진 철수를 결정한 한화와 두산의 경우도 단일 점포로 인해 매입단가를 낮추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다른 사업자와 달리 면세점 입찰에 적극적인 태도다.
특히 동대문은 해외 관광객이 많다는 이점이 있다. 또 중국인 보따리상의 주된 활동지인 명동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강북 면세점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임대차 계약만 원활하게 이뤄지면 비용 측면에서도 상당 부문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한 번 실패한 공간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수익성 개선이 중요한 상황에서 셋방살이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매장도 면세점을 운영하는데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두타면세점 영업면적은 약 1만2000㎡ 규모로 다른 면세점과 큰 차이는 없지만 층별 면적이 1650㎡로 협소하다. 이로 인해 3~5개 층을 사용하는 다른 면세점과 달리 영업 공간이 7개 층으로 분산돼 있다.
자연스럽게 고객 동선이 길어지고, 면세사업 핵심인 명품 브랜드 입점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는 매장 공간의 규모와 인지도, 인테리어를 다각도로 검토해 입점을 결정하는데 두타면세점 공간은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두타면세점 바로 옆에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이 있지만 후보지에서 제외된 것도 매장이 생각보다 협소한 데다,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임차해 영업 중인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고용 승계도 관건이다. 면세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두산 입장에서는 면세사업 관련 인력을 다른 사업부로 돌리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입장에서도 사업장 운영 인력 승계는 가능하지만, MD 직군까지 승계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수익 개선을 위해 추가 출점을 고민하는 만큼, 투자비용을 최대한 효율화하고 싶어 한다”면서 “두타면세점 입지는 장단점이 극명해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안다. 재고 양수도 역시 브랜드 반발도 의식해야 하고, 일일이 관세청의 검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