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7>무갑질 사회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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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것이 죄죠.” 끊임없는 요구에 한없이 끌려가야 하는 하청업체 대표의 넋두리다. 거래처 회식 자리에 불려나가 계산하고, 임원 여행경비를 지불하는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어린 직원의 모멸감을 불러일으키는 막말도 기업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사업을 해야 하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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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은 '힘과 권력 등을 이용해 상대방 의사에 반한 행위를 강요하는 말과 행위'를 말한다. 정부도 갑질을 뿌리 뽑겠다고 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기관 갑질근절대책과 직장 내 갑질근절대책을 마련했다. 공무원 직위 해제 등 준엄한 법 집행도 공언했다. 가끔은 정치 권력 유지나 사건 물타기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갑질을 최소화해 선진사회로 가는 길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명제를 부인할 수 없다.

갑질 유형은 다양하다.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려는 치졸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과시형 갑질'은 꼼짝달싹도 못하는 을의 처지를 확인하려는 불편한 시도다. 측근 챙기기나 불공정한 근무평가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면피용 갑질'도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한 유형이다.

그러나 심각한 폐해는 '집단형 갑질'과 '보복형 갑질'에서 발생한다. 사이버 왕따, 조합원 행패, 조직의 횡포 등 대책 없는 집단형 갑질이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논리보다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시작하는 이유로 근본 대책이 없으면 완벽한 근절은 불가능하다. 집단형 갑질의 우려는 권력형 집단인 검찰의 개혁까지 요구하고 있다.

감정 개입이 원흉인 보복형 갑질은 기업인에게 독약으로 작용한다. 사람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채용비리, 금품수수, 유흥접대 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갑의 전화 한 통에 놀라 거래처 술값을 계산하려고 집을 나서는 기업인은 보복이 두렵기 마련이다. 상사의 폭력이나 거래처의 손찌검도 생존하려면 참아야 한다.

그러나 참아야 보복을 면할 수 있는 환경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다. 약자인 을을 갑질로부터 구출하기 위한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업 경영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단순 폭언과 고성을 넘어선 상습 갑질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법과 제도로 갑질문화를 뿌리 뽑을 수는 없다. 사람이 개입하는 성과 평가와 사업 선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시스템이 평가하고 보상하는 사회는 감정 의존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모든 평가를 진화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과정과 결과를 전수 기록하고, 임의로 데이터를 변경하려는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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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은 갑을 존중하고 갑은 을의 작업에 감사하는 문화 확산이 중요하다. 을과 갑이 대등한 관계에서의 상호 이해와 배려가 건전한 갑을문화의 기반이다. 내 돈을 받고 일했다기보다 좋은 물건을 공급해 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의 전환에서 갑질 퇴치는 출발한다.

갑질을 걱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기업인은 행복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음은 물론 양질의 결과도 창출할 수 있다. 무갑질 사회 실현을 위해 내가 갑질의 주인공이 아닌지를 돌아보고, 구성원 스스로가 먼저 갑질을 배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효율성과 발전성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극 도입으로 갑과 을이 어깨동무하고 상생하는 활기찬 미래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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