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등 사회 현안에 의견을 내는 것이 많이 미흡했습니다. 의료 정보 관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 장을 활발히 마련하겠습니다.”
대한의료정보학회(회장 정호영)는 8일 경북대학교 글로벌프라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수년 간 갈등을 거듭한 의료정보 관련 이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영성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10년 전 의료정보 기술 도입 단계에서는 학회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미흡했다”면서 “앞으로 10년은 사회현안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환경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이 활발해 지면서 다양한 갈등도 제기된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의사단체 반대로 첫발조차 떼지 못한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의료정보 활용도 제약이 심하다.
1987년 창립한 대한의료정보학회는 의료정보 분야 국내 최대 규모 학회다. 의료영상정보전달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 초기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큰 기여를 했지만, 최근 데이터 기반 지능화된 의료 환경에서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의료계는 물론 산업계 역시 데이터 활용이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혁신은 더디다. 의료 관련 논란에서 자체 가이드라인이나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다른 학회와 비교해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다.
의료정보학회는 우선 의료정보 확보와 공유 이슈에 집중해 사회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의료 분야 여러 학회와 공조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활용을 위한 표준화 가이드라인 마련도 검토한다. 시민사회단체, 의료 관련 학회와 원격의료, 개인정보보호법 등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 장을 마련키로 했다.
이 이사장은 “기술 이슈를 넘어 사회 현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시민참여이사를 새롭게 만들었고, 학회 모든 실행이사가 의료정보 윤리 등 소관영역을 담당하게 했다”면서 “의료정보 분야 다양한 사회 이슈에 전문성을 갖고 다양한 단체와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호영 대한의료정보학회장도 “대한위암학회와 환자 데이터를 교류하는 등 분과학회 단위로 데이터를 연결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원격진료 이슈 역시 의료계 우려를 해소해 적합한 모델을 발굴하도록 의견을 교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정보학회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예고했지만 난관이 많다. 학회 내부적으로는 의료 데이터 활용, 원격의료에 긍정적이지만 의사단체, 시민사회단체가 완강히 반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의료진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산업계와 교류도 적다.
의료 IT 업계 관계자는 “의료정보학회 내부적으로는 기술도입이나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도 의사다보니 의사단체 반대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의료정보 분야가 다른 임상 영역과 달리 산업계 접점이 가장 많지만, 교류가 부족하다 보니 여전히 학술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