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매머드는 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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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사진=가디언)

매머드는 지금으로부터 약 480만년 전 등장해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대륙 등 지구 전역으로 서식지를 넓히며 번성했다. 지구가 마지막 빙하기를 벗어나던 약 1만3000년 전 툰드라, 초원 지대가 형성되면서 어쩌면 매머드에게 더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지만 불과 200년 만에 멸종을 걱정할 만큼 개체수가 급감했다. 이유는 때 아닌 추위. 빙하기가 끝나가는 시기, 그것도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온 매머드는 추위 때문에 쇠락을 길을 걷게 된다.

당시 북반구 일부 지역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섭씨 8도가 더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한파는 무려 1200년이나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이 기간을 '신드리아스기(Younger Dryas)'라고 명명했다.

신드리아스기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을 놓고 과학계는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빙하에서 녹은 엄청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면서 해류 온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2000년 들어 행성, 운석 충돌로 인한 거대한 먼지 구름이 지구를 덮으면서 새 빙기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며 주류 학설 자리에 올랐다.

제임스 케네드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신드리아스기 충돌 이론을 꺼냈다. 혜성 충돌 영향으로 지구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매머드를 비롯한 거대 동물 상당수가 사라지고 인류 문명도 소실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대학 알렉산더 심스 교수도 약 1만2900년 전 북미에 거대한 혜성 파편이 떨어져 매머드를 비롯한 동식물에 사실상 멸종에 준하는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크리스토퍼 무어 사우스캐롤라이나대(USC)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엘진 인근 화이트폰드의 호수 침전물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찾았다.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연구팀은 호수 바닥에 시추공을 박아 얻은 신드리아스기 침전물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플래티넘과 검댕을 확인했다. 플래티넘은 소행성이나 혜성 등과 같은 지구 밖 천체와 연관이 있다. 검댕은 대규모 화재가 있었다는 점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과 관련된 진균 포자가 신드리아스기가 시작되면서 줄어든 것도 확인했다. 빙하시대의 거대 동물의 개체수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다만, 무어 교수는 행성 충돌을 매머드 개체 수 감소의 단일 원인으로 단정 짓지 않았다.

그는 “천체 충돌이 거대 동물 멸종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인간에 의한 사냥이 기후변화만큼 이 동물의 멸종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머드는 인간의 사냥에 큰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니얼 피셔 미시건대 고생물학 박물관 관장은 시베리아 털매머드의 엄니 15개 동위원소 특징을 조사했다. 새끼가 젖을 떼는 나이가 털매머드의 멸종이 진행되던 3만년 동안 3년 정도 빨라진 것으로 확인했다. 피셔 관장에 따르면 기후와 관련된 영양섭취 스트레스는 현생 코끼리들이 젖을 떼는 나이가 늦어지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반대로 사냥과 같은 외부 스트레스의 압력이 높아지면 성숙이 가속화돼 젖을 더 일찍 뗀다.

영국 엑시터대와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매머드의 멸종 이유를 밝히기 위해 통계 분석을 이용한 결과, 고대 인류가 각 대륙과 섬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맞물려 그 지역에 사는 매머드가 급격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근거로 고대 인류가 매머드를 식량으로 활용하면서 멸종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멸종의 최종 원인을 '돌연변이'에서 찾은 연구 결과도 있다.

매머드 일부는 신드리아스기 이후 시베리아 북쪽 브랑겔 섬으로 이동해 살면서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까지 명맥을 유지했다.

베레카 로저스 UC버클리 교수 연구팀은 브랑겔 섬에 고립생활을 한 매머드의 DNA를 본토에 살았던 매머드와 비교한 결과 같은 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이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냄새를 맡게 해주는 후각 수용체에서 치명적 결함이 발견됐는데 이는 사냥과 영역 표시, 짝짓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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