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활동하는 배달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정부 결정을 두고 우려 목소리가 쏟아진다. 직접 고용만이 배달기사 처우를 보장하는 수단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공유경제, 중개 플랫폼 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산업 태동으로 등장한 일자리 맞춤형 새 기준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7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사업자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하는 수탁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다. 계약 내용에 따라 사업자가 맡긴 업무를 수탁자가 스스로 판단, 대등한 위치에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사이 종속 관계가 성립하면 수탁자를 근로자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배달 앱 요기요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이유다. 계약 내용보다는 근무 형태 실질을 본 것이다.
파장이 공유경제, 중개 플랫폼 산업 전반으로 튈 전망이다.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근무 형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업계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배달기사 업무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업무 위탁 관계로 엮여있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 수탁자에 대한 정의, 범위를 규정하는 법령도 전무하다. 표준계약서조차 없다. 국토교통부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에 표준계약서를 담을 계획이지만 고용노동부와 협의 과정이 남아있다.
배달 대행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참가자를 전부 고용하라는 뜻인데, 이는 공유경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면서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는 배달원과 갈등이 불가피해졌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현행법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앱에서 이뤄지는 업무지시를 관리·감독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다. 플랫폼 내 수탁자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도록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법 해석은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배달기사를 고용하지 않더라도 보호 수단은 많다. 정부와 국회, 업계가 손잡고 이미 공제조합 설립을 비롯한 관련 대책을 수립 중이다.
고용 분야에도 신산업 맞춤형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무와 관련해선 국세청이 발빠르게 대처했다. 올해 9월 유튜버를 포함한 신종 사업자에 대한 업종코드를 신설했다. 동영상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적 규모와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독점에서 공유로 사회 문화, 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면서 “과거 법적 잣대를 공유경제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관계를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공유경제 업체뿐 아니라 미래를 희생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