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 평가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 자체 개발을 검토한다. SW업계는 과거 정부가 '온나라 시스템'을 무료로 배포해 공공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이 사라졌듯 또다시 정부에 의해 특정 SW 시장이 없어질까 우려한다.
행정안전부는 2020~2022년에 공공데이터 기본계획 마련을 위한 전략위원회를 운영한다. 기본 계획은 공공데이터 관리 강화와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3년 주기로 수립한다. 총리 등 정부와 업계, 학계 등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다.
공공데이터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회의에서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 평가를 확대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기존 중앙행정기관 대상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으로 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존 중앙행정기관 대상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 평가는 올해 지자체, 내년부터 공공기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계획·구축·운영·활용 등 단계별 품질관리 수준을 평가해 관리 오류를 개선하고 원인을 분석, 관리를 강화한다. 공공데이터 활용 활성화와 데이터경제 실현을 위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일부 전문가가 자문과정에서 평가 대상이 기존 정부 부처에서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는 것을 고려, 자체 개발 용역을 제안했다. 매년 평가 용역 사업을 내는 것보다 평가시스템을 정부 주도로 구축, 무료 배포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한 번 구축해 유지보수 비용만 들 경우 경제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픈소스 활용이 늘면서 이를 기반으로 개발이 쉽다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업계는 이 같은 논의가 탁상공론 전형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주도로 공공에서 데이터품질관리 SW를 개발해 무료 배포하면 특정 SW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기업이 도산할 가능성이 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데이터품질·관리 SW 전문 기업은 10여개사다.
SW업계 관계자는 6일 “효율성 논리라면 공공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피스SW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SW를 자체 개발해서 써야 한다”면서 “민간이 자체 형성한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을 없애겠다는 모순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오픈소스로 모든 SW를 개발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견 또한 무지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주도로 개발한 공공 ERP '온나라 업무관리시스템' 무료 배포로 공공 ERP 시장은 문을 닫았다. 수십개에 이르던 기업·정부간거래(B2G) 특화 중소 ERP 기업은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 일부 기업간거래(B2B) 기업만 살아남았다.
행안부는 현재 공공데이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로 세부 내용이 결정된 단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가 자문과정에서 개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으로 데이터 품질수준 평가 확대를 앞두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상황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전략위원회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 중 공공데이터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