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기재 금지했더니 고교 프로파일에 버젓이'…깜깜이 학종 실태조사 결과발표

Photo Image
박백범 교육부 차관과 학종실태조사단 관계자들이 13개 대학 학종에 대한 조사 결과를 5일 서울청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에 공인 어학성적을 기재를 금지했더니 고교 프로파일에 학생 어학성적을 드러내는 식의 편법·변칙기재가 지난 4년 동안 숱하게 이뤄진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일반고 학생에게 상위권 대학으로 불리는 13개 대학은 극소수인 5.3%만이 들어가는 '바늘구멍'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각종 편법에 대한 대학의 조치는 물론 기재금지 사항에 대한 대학별 판단과 불이익 기준도 서로 달라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조사에도 국민 정서상 불공정하다 느낄 정황만 확인했을 뿐 명백한 불법행위는 적발하지 못해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엔 미흡했다. 교육부는 추가 조사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5일 13개 대학에 대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종 시행 10년 만에 첫 실태조사다. 교육부는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지적처럼 그동안 평가요소와 배점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0학년도 13개 대학 기준 8개 대학이 서류 평가요소·배점, 9개 대학이 평가요소·배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조사에서 학생부·자기소개서 등에서 편법 기재가 다수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교외 경시대회명과 수상실적을 별도 목록화해 기재하는 고등학교도 있었다. 수상실적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으나 '봉사단체로부터 개인 공로를 인정받음'이라고 기재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교별 프로파일에서 추가자료에 대학진학실적을 포함하거나 학생의 어학성적 등 부적절한 사항을 편법적으로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고교 프로파일에 외부 대회 어학 성적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했더니 프로파일에 '** 테스트 **점 이상이 몇명'이라고 기재하는 식이다.

프로파일 관련, 5개 대학은 지원자 출신 고교의 과거 졸업자가 해당 대학에 얼마나 진학했는지 등을 평가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했다. 2개 대학은 지원자 출신 고교 또는 동일유형 고교 내신등급과 지원자의 내신등급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있었다.

자소서 및 추천서는 기재금지 위반이 2019년 한 해에만 366건, 자소서에서 표절로 추정되는 경우도 2019년 228건이 있었다. 기재금지 위반과 표절이 있었는데도 대학이 평가에 반영하지 않거나 단순히 평가자에게 안내만 하는 등 적절한 수준의 불이익 조치가 취재지지 않은 경우도 적발됐다. 위반에 대해 감점을 비롯해 대학별 불이익 수준도 달랐다.

주요 대학 합격·등록자의 일반고 비중은 학종과 수능 모두 낮았다. 일반고 전체 학생 중 13개 대학에 학종으로 들어간 학생은 2.1%, 수능은 1.7%, 총 5.4%에 불과했다. 과학고·영재고를 나온 학생 중 13개 대학 합격자는 111.5%에 이르렀다.

정부는 '고교등급제'를 확인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고교 서열화가 고착화됐다는 점은 확인했다. 지원부터 최초 서류전형, 2차 서류전형, 합격, 등록할 때까지 고교 간 서열화는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으로 명확하게 나타났다. 13개 대학 지원자부터 일반고 학생은 내신등급이 높은 학생만 지원했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이것만으로는 등급제를 확인하는 증거가 되기 어려운 만큼 대학 특정감사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Photo Image
내신 등급 사례. 자료=교육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교등급제라면 개인의 학업역량을 평가한 게 아니고 학교의 과거 졸업자가 어땠는지 또는 그 학교 유형이 어떠했는지를 평가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 졸업자 진학 실적이나 고교유형별 어떤 평균 등급을 제공하거나 한 사례들을 파헤쳐서 등급제를 적용했는지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13개 대학의 고른 기회 전형 선발은 전국 대학 평균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은 4년간 등록인원 기준 8.3%인 1만 1503명을 고른기회전형으로 선발했다.전국 평균은 11.1%다.

대학의 평가 체계 문제도 언급됐다. 실제 평가를 담당하는 입학사정관 중 전임에 비해 위촉사정관이 과도하게 많았다. 전임 1명에 위촉 5.3명 꼴이었다. 전임사정관도 재직 경력도 길지 않아 전문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가시스템 접속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5개 대학의 서류평가 시간을 분석한 결과, 일부 대학은 평균 서류평가 시간이 10분에도 못 미쳤다. 부실 평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됐던 교직원 자녀 비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교직원 자녀가 해당 대학 또는 부모 소속 학과에 합격한 경우가 있었으나 회피·제척은 규정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실태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은 추가 감사를 하고, 학종전형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 등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