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미국 실리콘밸리 'IT대사'(디지털대사)를 신설하기 위한 예산 마련을 외교부에 주문했다. 과학·정보통신기술계는 IT대사 신설 추진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실질 협력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내년 연구용역비 가운데 IT대사 신설 관련 예산으로 3억원 증액을 요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용역은 대사 직제 정비에 필요한 예산과 타당성, 효과 등을 추계하기 위한 것이다. IT대사 관련 용역비 3억원이 외교부 예산에 반영되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 IT대사 신설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무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벤처기업 분야의 경우 외교부 장관이 경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시킨 사람에 대해 대사의 대외직명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정 의원은 “IT대사 신설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외교는 국가와 국가 간 문제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기업과 국가 간 문제로도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외교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IT대사 제도를 도입하려고 법안 개정안도 내놨다”면서 “외교부에서도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지만 기술외교 대응에서 취약국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IT대사 신설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과학기술계와 ICT업계는 외교부가 IT대사를 신설하는 것에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파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ICT 산업이 성장, 발전하면서 협력을 희망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면서 “관련 정책·서비스·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 해당 국가와 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IT대사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G 기술과 상용화를 최초로 하면서 협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럴수록 전문적인 정책 경험을 쌓은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IT대사가 자칫 고위 외교직 신설에 그쳐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외교부와의 협력을 늘려 가고 있다. 두 부처는 31일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계기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과학기술외교 전략'을 발표했다.
기술 경쟁 심화와 신흥 안보 위협 증대 등 새롭게 등장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과학기술로 능동 대처를 하자는 취지다. 주요 4대 전략은 △글로벌 의제 선도 및 국익 창출 △국제사회 지속 가능 발전 기여 △국가 안보와 국민 삶의 질 제고 △추진체계 정비다. 두 부처는 과학기술 전문성과 외교 네트워크가 접목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혁신·첨단 기술 관련 해외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