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수년간 양자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2014년 12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가 2017년 1차 무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략을 수정해 재도전했지만 역시 2018년 말 최종 무산됐다.
2018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보고서를 통해 예타 무산 이유를 공개했다.
KISTEP은 예타 무산 이유로 △과제우선순위 설정과정 문제 △사업목표 설정근거 미흡 △과제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목표설정 근거 미흡 △양자컴퓨터 민간선호도 불확실 △경제성 확보 가능성 낮음 등 5가지를 적시했다.
양자암호통신·양자컴퓨터·양자소자 등 3개 분야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고 비용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유럽 등 양자산업에 투자하는 주요국이 양자 3대 분야를 골고루 투자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선진국은 3개 분야를 각각 추진하는 게 비효율이라고 판단했다.
양자기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양자산업은 태동기라 대규모로 상용화된 사례가 전무해 경제성을 논의하기 이른 시점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컴퓨터는 10년 후에나 상용화가 예상된다.
이는 우리나라 예타 제도가 '패스트팔로어' 전략에 맞춰져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기술과 시장이 명확히 존재하고 우리는 따라잡기만 하면 됐던 시절에는 이 같은 전략이 유효했다.
그러나 양자산업은 '양자혁명'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완벽하게 새로운 기술로, 아직 분명한 정의나 기준이 없고 시장도 개화하는 형편이다. '퍼스트무버'로서 불확실성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예타 제도가 퍼스트무버 정신과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의 경제성보다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KISTEP은 인재 부족도 지적했지만 인재 부족이야말로 정부가 양자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좋은 이유다. 당장 필요한 인재는 해외에 있는 우수한 한국인 인재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와 국회가 양자산업 불씨를 살리기 위한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과기정통부는 1월 발표한 'ICT산업 고도화 및 확산 전략'에서 연내 '양자정보통신 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이후 5년 만의 중장기 종합 지원 대책이라 기대가 크다. 과기정통부는 종합계획과 연계해 양자 국책과제 예비타당성 조사도 재차 추진하고 있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양자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 개정안'을 30명 이상의 여야 의원 지지를 받아 대표 발의했다.
계획을 세우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실행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늦출 경우 우리나라는 양자에 관한 한 영원한 추격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