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이 20만년 전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 출현해서 13만년 전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호주, 남아공 연구진과 함께 인류 최고(最古) 모계 혈통인 L0의 발상지, 이동 경로를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L0는 현생인류 최초 어머니에서 처음 갈라져 나온 혈통이다. 지금도 후손이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현생인류는 현존 인류와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의미한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한 것은 알려졌으나 정확한 발상지는 논란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유골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반면 L0의 후손은 남부 아프리카에 주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L0 후손의 DNA를 추적해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와 시기를 밝혔다.
L0 혈통의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기존 1019개 표본으로 작성한 L0의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다시 작성했다. 새 연대표에는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희귀 하위 계통이 추가됐다.
유전자 하위 계통의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개선된 연대표와 후손의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연계해 발상지와 최초의 이주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결과 L0가 칼라하리 지역에서 약 20만년전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기존 L0 출현 시점인 17만5000년~15만년전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칼라하리는 나미비아, 짐바브웨 국경에 이르는 보츠와나 북부지역이다.
유전자 데이터만 갖고 L0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다. 연구진은 이주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L0 하위 계통 연대표를 오늘날 후손이 살고 있는 장소와 연결시켰다. 이를 통해 발생지를 칼라하리 지역으로 특정했다.
연구진은 L0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해양 퇴적물 등 고 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으로, 지구 자전축의 세차운동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음을 밝혔다. 세차운동은 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약 2만1000년 주기로 회전하는 현상이다.
약 13만년 전에 현재 잠비아, 탄자니아에 속하는 발상지 북동쪽, 약 11만년 전에 현재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부근인 남서쪽으로 녹지가 형성되어 이주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이주 시기, 경로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했음을 증명한다.
이번 연구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가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가 고기후를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이 어떻게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온라인판에 29일 게재됐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