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년여 만에 한일 정상급 회담을 재개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회담은 양국 사이 첨예한 현안을 당장 해결하기 보다는 멈췄던 대화 동력을 마련하는데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대화와 물밑작업에 따라 정상회담까지 기대해볼만하다는 해석이다. 다만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산업계는 구체적인 개선조치가 나오기 전에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지속하기로 한 만큼 우선 내달 열리는 다자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에는 아세안(ASEAN)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예정됐다.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이후 1년 이상 개최되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이 끝나는 11월 23일 직전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을 재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오히려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혀 양국 입장차가 크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만으로 양국 간 관계 개선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회담 후 양국의 '행동'을 먼저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복잡하게 얽힌 한일 간 현안이 이번 한번의 만남으로 풀리지는 않겠지만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 및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해결 등에 있어 양국 간 대화에 보다 성실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결국 실질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최고결정권자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한일 양국이 주장하는 징용배상 문제와 관련해 어느 한쪽의 양보 없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정상급 차원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이날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경색이 해결되길 기대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한 기업인은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짧은 시간 면담으로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경영 입장에서도 미국·중국 무역 분쟁에 더해 한일 관계까지 불안하면 힘들 수밖에 없다”며 “이번 회담이 어긋난 양국 관계를 바로잡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