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이 내년 네 번째 코스닥 이전 상장에 도전한다.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더불어 최근 상장 실패 원인으로 꼽히던 특허 이슈까지 해소해 자신감을 보인다. 세계 수준 우리나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코스닥 상장 날개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툴젠은 내년 코스닥 이전 상장을 목표로 심의 준비 중이다. 상장성 특례상장, 기술 특례상장 등 상장 방향 설정은 주관사와 논의 중이지만, 빠른 시일 내 결정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툴젠은 유전자 치료제, 동식물 육종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사람이나 동식물 유전자를 절단, 복원, 삽입해 질병을 치료하거나 품종을 개량한다. 툴젠은 기존 1, 2세대와 달리 대량생산과 다양한 분야 융합이 가능한 3세대(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가위 원천 기술을 보유한다. 2014년 6월 코넥스 상장에 성공, 현재 시가총액 1위(4157억원)다.
꾸준히 코스닥 문을 두드렸던 툴젠은 내년을 이전 상장 최적기로 보고 있다. 2015년 첫 코스닥 이전 상장을 시도했던 툴젠은 최대주주와 2대 주주 간 지분격차로 실패했다. 이듬해 시도는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권 실효성 논란으로 접었고, 지난해 세 번째 도전은 서울대와 특허 문제가 불거져 자진 철회했다. 세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쌓은 데다 대부분 외부 요인으로 고배를 마신만큼 네 번째 도전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가 자신하는 이유는 △R&D 역량 강화 △서울대와 특허 분쟁 해소 △제도 개편 등을 꼽는다. 툴젠이 보유한 3세대 유전자 가위 플랫폼은 습성 황반변성, 당뇨성 망막병증, 헌팅턴 등후군, 혈우병 등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 접목을 시도 중이다. 기존 항암제 등 세포 치료제와 결합해 차세대 치료제 개발도 추진한다. 호주 등 다양한 해외 기업과 협업해 동식물 종자 개량 기술은 2~3년 내 상용화도 기대한다.
지난해 코스닥 이전 상장을 가로막은 서울대와 특허 이슈를 해결한 것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해 툴젠과 서울대는 유전자 가위 특허 헐값 이전 논란이 제기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양측은 유전자기술 발전, 농생명과학·의학·수의학 등 분야에 응용 기술 개발, 공동 연구 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와 동시에 툴젠 자사주 3만 주도 서울대에 넘겼다. 4월 코스닥 신속이전상장 요건이 완화된 점 역시 호재다.
툴젠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 이전 실패는 특허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간이 오래 걸려 자진 철회한 것”이라면서 “특허 이슈가 마무리됐고, 내부적으로 연구개발 역량이 올라간 데다 제도적으로 코스닥 신속이전 상장 요건을 충족해 내년은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코넥스 시총 1위 툴젠의 코스닥 상장 시계가 다시 돌아가면서 업계도 주목한다.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해 전임상 단계인 유전자가위 활용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수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툴젠이 다양한 외부 변수를 해소하면서 상장 기대감을 높인다”면서 “제넥신과 합병이 무산됐지만, 다양한 기업과 기술 협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것도 꾸준히 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