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류 업계는 저도주 열풍이 한창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술은 자주 마시되, 폭음 대신 가볍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8년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 월평균 음주 빈도는 2014년 8.4회에서 지난해 8.8회로 증가한 반면에 하루 평균 음주량은 같은 기간 8.3잔에서 6.3잔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주류업계는 혼술·홈술 할 때 집에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낮은 도수의 막걸리, 맥주 등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술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낮은 도수의 상품을 기획·판매하는데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장수는 지난해 10월, 22년 만에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출시해 젊은 층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서울장수의 오리지널 생막걸리 '장수막걸리'보다 알코올 도수가 1도 낮은 5도짜리 저도주로, 부드럽고 깔끔한 맛으로 2030세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막걸리 시장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6~8도인 기존 제품보다 도수를 낮춘 5도 이하의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도주 막걸리'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젊은 소비자층을 사로잡았고 한동안 부진했던 막걸리 시장 규모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의 막걸리 소매점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막걸리 누적 매출액은 308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인 2675억 원에 비해 약 15% 증가했다.
서울장수는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젊은 층의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 22년 만에 생막걸리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생막걸리는 기존에 비해 도수를 낮춘 5도짜리 저도주로, 밀과 쌀의 절묘한 조합으로 한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큰 특징이다. 인생막걸리는 출시 11개월(9월말 기준) 만에 누적 판매량 320만병을 돌파하는 등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장수는 6월 망원동 본사에 막걸리 체험관도 오픈했다. 쌀과 효모 등을 활용해 막걸리를 현장에서 직접 빚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2030세대 비중이 50% 이상일 정도로 인기다. 장수막걸리, 인생막걸리 등 제품의 시음과 구매도 가능하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즐기기 위해 마시는 음주 문화가 최근 주류 시장의 핵심 트렌드”라며 “달라지는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업체인 지평주조와 국순당 등도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한 상황이다. 지평주조는 2015년 대표 제품인 '지평 생 쌀막걸리' 알코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춰 리뉴얼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2억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은 2015년 45억원, 2016년 62억원, 2017년 110억원에 이어 지난해 166억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국순당도 2017년 5월 쌀과 커피를 사용해 만든 커피 막걸리 '막걸리카노' 알코올 도수를 4도까지 낮춘 데 이어, 지난해 5월 알코올 도수 5도짜리 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잇따라 선보였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말 그대로 유산균이 1000억마리 이상 들어있는 막걸리로,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 이상을 기록했다.
맥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저도주 시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평균 맥주 알코올 도수 5도에서 4.6도로 낮춘 저도수 맥주 '테라'를 출시했다.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억병을 돌파해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저도주 맥주로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중국 '설화맥주'도 있다. 설화맥주는 지난 5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알코올 도수 3.8도의 저도 맥주 '슈퍼엑스(superX)'를 선보였다. 설화맥주는 1993년 영국 사브밀러와 중국 화룬창업이 만든 합작회사로 2008년 버드라이트를 제치고 세계 맥주 시장 1위에 오른 바 있다.
소주 업계도 17도 저도주 열풍이 한창이다. 올해 초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도수를 낮췄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참이슬 후레쉬' 제품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2도에서 17도로 낮춰 출시했다. 롯데주류도 지난해 4월 처음처럼 브랜드의 주력제품 '부드러운 처음처럼' 알코올 도수를 17.5도에서 17도로 낮춘 바 있다.
제주 대표 소주업체 '한라산소주'도 지난 6월 '한라산 순한 17'을 출시한 바 있다. 한라산소주는 21도라는 비교적 높은 도수로 고도주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한라산 17을 차세대 브랜드로 내세우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간 한라산 오리지널로 쌓아온 프리미엄 인지도를 바탕으로 차세대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전국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라산소주는 현재 전국 소주시장의 약 1.5%를 점유하고 있지만, 제주권 내에서는 54%의 점유를 차지하고 있다.
위스키 시장도 지난해 말부터 저도주 위스키를 내놓으며 시장 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기업 골든블루는 36.5도의 저도주 위스키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디아지오코리아는 2015년 'W 아이스'를 시작으로 'W 시그니처 17' 'W 시그니처 12' 등 알코올 도수 40도 이하의 저도주를 연이어 내놓고 저도주 위스키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디아지오코리아는 인기 저도주 제품인 'W 아이스'의 330㎖ 소용량 사이즈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W 아이스는 2015년에 디아지오가 처음으로 출시한 저도주 제품으로, 기존 450㎖ 사이즈에 이어 330㎖까지 선보이며 저도주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