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능력개발훈련, 행정편의주의 심각…훈련 인원 전년比 62%↓

무리한 예산삭감‧과도한 교육비 전가 ‘이중고’
사업주‧근로자‧훈련기관 모두 피해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고용증진을 위해 직업능력개발을 독려해야 하는 고용노동부가 근시안적인 행정 편의주의 제도 개편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무리한 예산삭감뿐만 아니라 기업에게 교육비를 과도하게 전가시키고 있어 사업주‧근로자‧훈련기관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4차산업시대에 맞춰 직장인들의 직무 능력을 키워야 하는 교육을 적극 장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리어 퇴행시키고 있다며 업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23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예산감축과 사업주에게 교육비를 추가 전가 시키면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받지 않는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주, 근로자, 훈련기관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직업능력개발훈련은 근로자가 직업에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의 습득과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교육이다. 선진국에서 고용증진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을 늘리고 있다. 또 원격훈련의 경우 교육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어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1월부터 훈련실적을 반영하지 않은 예산축소와 교육비 지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지원규정을 단행하면서 훈련을 받은 근로자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고용행정통계 EIS에 따르면 훈련실시 인원은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6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격훈련기관의 경우, 2018년 인증 받은 185개 기관 중 올 하반기에 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기관은 80여개다. 또 올 상반기에 최소 11개 훈련기관은 폐업했고, 폐업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17년 고용노동부가 개인정보보호, 성희롱 예방 외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직업능력개발훈련으로 지원하면서부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무연관성이 없는 ‘공통법정훈련’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직업능력개발의 사업주훈련 예산을 2018년 3625억원에서 올해 1892억원으로 삭감했다.

하지만 실제 삭감해야 할 예산보다 수백억원을 더 삭감하면서 교육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사업주직업능력개발 지원규정에 따르면 사업주들이 고용보험법에 따라 납부하는 고용보험기금을 교육 예산으로 잡고 여기서 근로자들의 교육비를 지원 받는다. 즉 사업주들이 낸 돈으로 교육비를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이 때 소기업인 우선지원기업의 경우 교육비의 90%를 기금에서 지원해주고 직원이 1000인 미만인 기업은 80%를 지원해주고 있다. 반면 직원이 1000인이 넘는 대기업은 40%만 지원하는 상황이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는 사업주 규모에 따라 총 인건비의 0.25~0.85%를 납부한다. 특히, 0.85%의 부담비율을 납부해 전체 고용보험사업의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정부로부터 받는 교육비 지원은 40%에 지나지 않는데다 인기 있는 일반직무교육에서는 4.2%만 지원받게 된다.

예컨대, 고용보험으로 매년 10억원 이상을 내는 대기업의 직원이 10만원으로 책정된 인기 많은 일반직무교육을 받는다면 기금으로부터 겨우 4200원을 지원받고 7만2천원(2만3800원 훈련기관이 떠안음)을 교육비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주 관계자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자부담 부과로 인해 훈련시장에 진입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사업주 입장에서는 직무훈련에 대해 1년 예산을 세워 시행하는데, 잦은 제도 변경으로 훈련 참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같은 주먹구구식 행정 편의 제도 개편으로 원격훈련이 외면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경영난에 빠진 훈련기관이 구조조정과 폐업의 상황에 처하고 원격훈련시장이 붕괴 직면에 처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훈련기관 관계자는 “사업주가 납부한 기금예산을 통해 지원금이 집행되는 제도지만 복잡하고 강력한 규제로 사업주가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관련 전문가들도 납득하기 힘든 제도개편 강행으로 사업주훈련시장 참여 주체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의원(광주광역시 광산구 갑)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직업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올해 일반훈련 예산은 45.2%까지 삭감했다”며 “이는 사업주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훈련기관의 폐업을 촉발시켜 제대로 된 훈련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훈련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성 제도들은 철폐돼야 하며, 더 나은 훈련시장을 위해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 업계는 지원한도와 지원율을 조정하는 등 기금을 내실 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상원기자 slle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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