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사업 확장 '상생법'으로 막는다…'부산 범일동점' 첫 사례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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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니클로 점포에 대한 상생 규제를 언급하며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연말 개점을 앞둔 유니클로 부산 범일점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동구 범일동 유니클로 신규점 오픈을 앞두고 인근 전통시장 상인회가 사업조정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진시장·평화시장·남문시장·자유시장 등 4곳은 의류상점만 2000여개에 달해 유니클로 개점시 생존권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광훈 부산진시장번영회 상무는 “유니클로와 수차례 협의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달 28일 다시 만나 합의점을 찾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무산될 경우 사업조정신청은 물론 단체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상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 사업 확장으로 중소상인의 경영상 피해가 우려되면, 정부가 출점을 연기하거나 생산품목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유니클로가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히면서 현재 대립 중인 유니클로 범일점이 대표 사례로 떠올랐다.

중기부는 에프알엘코리아가 롯데 계열사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기업집단 대표회사는 롯데지주며, 지분 49%를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다.

앞서 전통시장 상인들은 부산 동구청에 민원을 넣어 유니클로 범일점 공사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를 제한할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동구청은 지난 7월 유니클로 측에 입점 철회와 공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유니클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한 규제를 검토했지만, 유니클로 범일점 연면적은 1450㎡로 법적 대상인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에 해당하지 않아 무산됐다.

건축허가 취소도 무위로 돌아갔다. 시공사인 청목건설에 하자를 이유로 지난 8월 23일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지만 지난달 4일 해제했다. 이에 착공에 들어간 유니클로 범일점은 내달 준공을 마치고 12월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유니클로 불매 여론과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동구청은 시장 번영회와 유니클로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지만 지난 15일 진행된 회의에서도 양측은 협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이번 유니클로 범일점이 사업조정제도에 따른 영업제한 첫 사례가 될 경우 유니클로 점포수 확장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유니클로가 사업조정 이행명령을 거부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이 부과된다.

유니클로는 최근 1년간 8곳이 폐점한 대신 10곳이 신규 출점했다. 일본 패스트테일링은 내년 8월까지 한국에 유니클로 점포를 7개 추가 출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광고 논란과 상생규제로 곤욕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부산 범일점은 주변 상권과 조율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시장상인은 물론 부산 동구청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