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이 이번주 시작된다.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삼성과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오는 25일 오전 진행한다.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도 재판에 출석한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의 파기환송심도 같은 날 열린다.
쟁점은 뇌물 액수와 승계작업의 존재 여부, 부정한 청탁의 인정 여부 등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 등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 뇌물 액수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뇌물 인정액을 86억원으로 봤다.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는 삼성전자에 대한 횡령 액수로 인정된다. 횡령 금액이 50억원을 넘어갈 경우 최소 구형이 5년이 된다.
하지만 대법관 중 3명이 항소심과 같이 판단하는 등 이견이 여전한 만큼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또 뇌물액이 인정될 경우라도 '뇌물을 강요당한 피해자'라는 것을 재판부가 참작할 경우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재판부가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작량감경'이 이뤄질 수 있는데, 형량이 최대 절반까지 줄 수 있다.
이 부회장 거취는 삼성그룹의 향후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유예 등으로 현재와 마찬가지로 인신 구속을 피할 경우 지금처럼 이 부회장 체제에서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경우 대규모 투자 등 큰 의사 결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총수 리더십을 보여줬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자 일본을 방문해 현지 은행 및 거래선 등과 직접 협상을 진행했고, 국내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을 챙겼다. 또 인도와 사우디 등으로 출장을 가서 현지 사업을 챙기고, 해외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올해 4월 133조원 투자 내용을 담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이달 13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세계 최초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계획 등도 총수인 이 부회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 재판까지 계속 이어지며 수년째 경영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면서 “삼성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이행하는 데 이 부회장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