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상수 감독이 제작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는 1·2부로 나뉜 구조로 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장면이 반복된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작은 행동과 대사, 태도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남녀 관계를 다룬 영화와는 소재가 다르지만 최근 산업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8K TV 화질을 놓고 논쟁을 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인공이다.
1부는 2015년이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4K TV에 사용하는 'RGBW' 방식이 화소 수가 부족해 4K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흰색(W) 픽셀은 유효 화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W 화소를 포함한 제품은 화질선명도(CM)가 60% 수준으로 측정됐다. 양사 간 논란이 이어졌고, 국제적 이슈로 번졌다. 결국 2016년 5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해상도를 표시할 때 CM 값을 병기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는 RGB 방식과 RGBW 방식 간 화질차를 인정한 것이라 했고, LG전자는 RGBW도 4K로 인정받은 것이라 했다.
2부는 2019년이 배경이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2019년형 QLED 8K TV CM값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8K TV는 화소 수와 함께 CM값도 50%를 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CM값은 화질을 나타내는 여러 요소의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고, LG전자는 CM값이 화질을 평가하는 중요 요소라며 환영했다.
1부와 2부 상황은 비슷한데 주인공 처지가 서로 바뀌었다. 한쪽은 당시에 맞다고 한 것을 지금은 틀렸다 하고, 다른 쪽은 그 반대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맞고 어느 쪽이 틀렸을까. 답은 소비자 선택에 달려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