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문법이 고착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듀랑고:야생의 땅'이 서비스를 종료한다. 넥슨 조직개편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넥슨은 조직개편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16일 넥슨은 듀랑고 공식 채널을 통해 국내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지난해 1월 25일 서비스를 시작한지 630일만이다.
이은석 왓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는 “마지막 스토리를 준비해 지금까지 의문점이 풀릴 수있도록 할 것”이라며 “개인섬을 보존해 서비스 종료 후에도 일정기간 보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듀랑고는 출시 당시 대한민국 게임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듀랑고는 아이템을 획득하고 레이드를 진행하는 모바일 '자동전투'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 개개인이 모여 부족을 형성하고 국가단위 생활을 영위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수많은 재료를 조합해 무한한 가능성을 누리며 자신만의 재미있는 경험을 쌓아가게 하는데 집중했다. 개발자가 만든 콘텐츠를 따라 즐기는 테마파크가 아닌 다채로운 자연, 무한한 땅, 공룡세계의 동물, 다양한 제작 도구가 있는 놀이터와 같은 샌드박스 경험을 지향했다.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절차적 생성과 속성에 기반한 다양한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높은 게임성은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으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기획〃시나리오·그래픽 부문 등 본상(기술〃창작상)도 다수 받았다.
또 게임을 소재로 MBC 예능 '두니아'를 15부작 방영하기도 하는 등 신선한 행보를 보였다. 다양한 시도에 국내 게임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시장도 적극 노렸다. 2017년 미국 e3에 부스를 내는 등 해외 테스트를 다수 진행했다. 작년 5월 영어, 중문번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독어, 불어, 러시아어 등 10개 언어를 지원하는 글로벌 출시를 진행했다. 전체 누적 다운로드 1200만을 돌파했다. 각 국가간 전쟁 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남겼다.
다만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 운영 비용이 부담될 상황까지 왔다.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매출 4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그 이후 힘이 떨어졌다. 확률형아이템과 기간한정 아이템 등을 최소화한 탓이었다. 구글 매출은 300위 뒤로 물러났다. 또 게임 콘텐츠 깊이가 깊어 모바일 플랫폼에서 피로도가 높아 이용자 이탈이 생긴 점도 한 몫했다.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차라리 PC로 나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든다”고 말했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로 넥슨 조직 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데브캣스튜디오와 통합 가능성이다. 원래 한 뿌리였던 스튜디오다. 왓스튜디오는 개발 중인 마비노기 영웅전 모바일과 듀랑고를 가지고 있다. 마비노기 영웅전 모바일 프로젝트가 듀랑고 인력을 전부 흡수하기에는 듀랑고 규모가 너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넥슨은 조직개편과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넥슨 관계자는 “조직개편과는 무관하며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결정하게 됐다”며 “새로운 시도를 했던 타이틀인 만큼 듀랑고 개발·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이용자를 더욱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