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서초동' 광장 대결 후 첫 초월회 모임은 반쪽이 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며 불참했다. 여당 대표가 초월회에 불참한 것은 처음이다.
초월회는 국회의장과 5당 대표가 정기적으로 오찬 모임을 갖고 원내외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모임을 주재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허전하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 의장은 7일 국회사랑재에서 초월회 모임을 주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참석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초월회가 민생을 위해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잔칫날 주례하고 신부를 맞는데 신랑이 빠진거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초동도, 광화문도 민심이다. 국민 뜻은 청와대·정치권에 충분히 전달됐다. 이젠 국회와 정치권이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의장은 “지난 며칠간 죄인 된 마음으로 서초동·광화문 두 개의 대한민국을 목도했다”면서 “연이어 닥친 태풍,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악화되는 체감경기 등으로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만 바라보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냐. 민생을 내평겨치고 진영싸움에 골몰하며 국민을 거리에 내모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사회 모든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대의민주주와 정치실종의 장기화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분열 정치, 편가르기 정치, 선동 정치가 위험선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당장 국회가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며 “정치와 대의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 모든 쟁점의 논의와 합의는 국회에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안에 대해선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 권한을 행사해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서초동도 민심이며, 광화문도 민심”이라면서도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묵묵히 바라보는 더 많은 국민 마음”이라고 했다. 국회와 정치권이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여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검찰개혁을 우선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신부가 한 마디 하겠다”며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이 정권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 바람에 온 나라가 최악의 분열 혼란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견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인사청문회 제도가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의회정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권력으로 의회를 짓누르려고 하는 행태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며 “의회 정치 붕괴 부르짖는 문재인 정권의 오만 독선부터 따져봐야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 자리에 여당의 대표가 나오지 않는 이런 상황을 보니 이게 정부·여당의 자세 같다. 대통령이 국민 뜻을 무시하고 조국 장관을 임명하고 그뿐 아니라 검찰에 압력을 가해서 검찰 개혁을 하라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권과 반칙을 없애자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인 스싱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외친 건데 이 나라의 정의·공정을 부정하는 거 아니냐”고 성토했다.
손 대표는 “검찰개혁 해야한다. 하지만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나뉜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한 쪽에선 조국 사태에서 더 나아가 문재인 하야, 정권 퇴진까지 이야기하고. 다른 한 쪽에선 오직 조국, 사법개혁만 이야기한다. 심지어 '정경심 사랑해요'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개탄했다.
손 대표는 “이렇게 나라가 '패거리 코드'로 갈리니 뭘 할 수 있나”라며 “제3당으로 정책적 힘은 없지만, 제1당과 제2당이 정말 나라 생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정 대표는 “지금이라도 다시 개혁의 시간을 엔진을 다시 시동 걸기 위해서 정국 수습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조국 장관 카드를 제거해야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 절대 다수가 이미 촉구한 개혁에 대해 한국당이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검찰 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해 조정하고 타협하는 노력을 시작하라는게 국민 대다수 명령”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의장과 여야 당대표들은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등 20대 국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한민수 국회대변인이 초월회 모임 종료 후 발표했다.
한 대변인은 “정치협상회의는 매달 첫주 월요일마다 열어온 초월회와 별개로, 당면한 정치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의제는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이다. 기타 현안도 있을 경우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는 비공개다. 정례 개최하거나 현안이 있을 때 수시 소집할 예정이다. 당 대표간 논의 뒤 실무 협의가 필요할 경우에는 당 정책위의장 등에게 위임한다.
정치협상회의는 지난 2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제안했다. 이날 초월회에서 4명의 야당 대표가 모두 찬성했다.
첫 회의는 문 의장이 국제의원연맹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오는 13일 이전에 열린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