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실무회담 일정이 오는 5일로 잡혔다. 북미간 협상이 재개되면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답방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담화문을 통해 “조미(북미)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상은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 측 대표들은 조미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는 4일 예비접촉과 5일 실무협상이 열리는 장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김 위원장이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10월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을 먼저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비핵화 관련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미 실무협상이 먼저 이뤄지게 됐다. 앞서 김 위원장이 설정한 '연내 시한'이 불과 세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북미간 실무협상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의 가장 큰 관심은 북한 제재해제 요구에 대한 미국의 답이다. 미국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북제재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주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22일 “안전보장 문제나 제재 해제 등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 미국 측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어 협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며 '선 핵포기-후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방법론은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방법'을 언급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가 실무협상 성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북미실무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방법'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과 어느 정도 접점을 이룰 수 있을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북미 실무협상 일정은 잡혔지만 여전히 변수는 많다. 특히 미국 내 정치권 상황이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협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싸고 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개시한 상황이다. 그간 북한은 미국 측과 협상한 이후 정권 교체 등의 이유로 합의했던 게 무효화됐던 선례가 있어 이번에도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과 미국이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 조기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향후 실무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김 위원장의 한국 답방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오는 11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초청하는 모양새다. 북미 간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우리가 줄 수 있는 남북 경협 관련 '선물 보따리'도 준비할 수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