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 시장 1위 멜론이 파격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음원 시장 가격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멜론은 스트리밍 상품을 한 달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휴면 이용자와 신규 가입 고객이 대상이다. 한 달 정가 7900원인 '무제한 전곡 듣기' 상품과 1만900원짜리 '무제한 전곡 듣기+오프라인 재생' 상품을 최대 두 달 동안 월정액 100원에 제공한다.
멜론 관계자는 “오랫동안 이용하지 않은 고객과 신규 이용자에게 유료 결제 경험을 제공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혜택 받은 이용자 가운데 일부가 유료 고객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음원업계 출혈 경쟁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론칭한 플로가 정기 결제자 대상으로 '3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주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카카오가 운영하는 멜론과 KT 음원서비스 지니가 대응에 나서며 주요 음원사가 무료, 100원 할인 마케팅을 교차 진행해 왔다.
한 음원 업체 관계자는 “1위 사업자가 저가 할인정책을 시작하면 나머지 업체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로모션이 길어질수록 국내 음원업체의 손실은 커지게 된다. 국내 음원사는 저작권신탁단체 규정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창작자 몫을 배분한다. 음원사가 65%, 저작권자가 35%를 갖는다.
규정에 따라 음원사가 프로모션을 실시해도 원가 기준으로 저작권자 몫을 분배한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상품을 100원으로 할인해 팔아도 저작권자 몫으로 3500원을 줘야 한다. 음원사 입장에서는 6400원이 손실 나는 셈이다.
음원사 손실은 기술 투자 부재로 이어진다. 음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의 서비스가 다 고만고만한 것은 기술·서비스 투자에 들어갈 돈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발표한 '모바일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3월 기준 전국 만 15세 이상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모바일 서비스로 음악 감상 시 주로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3%로 1위였다. 멜론(28.1%), 지니(7.7%), 네이버뮤직(6.5%)을 넘어섰다.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 등 음악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강점으로 글로벌 음원업체 스포티파이도 국내 진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 진출이 유력하다.
음원사 관계자는 “마케팅을 강화할수록 서버,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 고도화 등 기술 개발은 후순위로 밀린다”면서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또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때문에 유료 전환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