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기업부설연구소' 제도를 악용해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허위로 연구자를 등록해 연구소 지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요건을 확인·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 강화에 필요한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실에 따르면 '부적격' 기업부설연구소가 세제혜택 등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민간 R&D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했다.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되면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세·지방세·관세감면, 자금·인력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인정 요건은 일정 수 이상의 연구전담 인력과 연구공간의 확보다. 대기업은 10명, 중견기업 7명, 중기업 5명, 소기업 3명, 벤처기업 2명 등이다.
지난해 기준 기업부설연구소는 6만6363개다. 기업부설연구소 4만394개(61%), 연구개발전담부서는 2만5969개(39%), 연구전담 인력은 총 37만1965명에 이른다.
이들 연구소는 2017년까지 5년 간 국세 13조1740억원, 지방세 2427억원, 관세 933억원 등 13조5100억원 세제감면 혜택을 받았다.
연간 수조원 혜택을 받고 있지만 자격 요건 등을 어기며 연구소 지위를 이어가는 부실 사례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6월 실시한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및 사후 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총 1만7532명의 연구전담요원 부정신고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238개 기업이 근무하지 않는 사람을 연구전담요원으로 신고했고 547개 기업은 퇴직한 연구전담요원 659명에 대한 변경 신고를 1년 이상 지연했다. 161개 기업이 중기업에서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 변경됐는데도 기업 유형 변경을 신고하지 않았다.
기업부설연구소의 법정요건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련 인력 확대 등을 위한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기업연구소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산기협이 매년 전체 기업연구소의 25%에 해당하는 1만6000여곳을 실사한다. 연구소가 지속 늘어났지만 수년간 예산, 인력 확대는 미진했다. 올해 과기정통부가 예산 당국에 기업연구소 관리 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동결됐다.
김경진 의원은 “기업연구소가 인정조건을 위반하면 과기부 장관이 연구소 인정을 취소하도록 돼 있다”면서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위탁을 맡긴 후 지도감독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의원은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부적격 기업부설연구소의 금전적 이익을 환수하기는커녕 과징금조차 부과할 수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부적격 기업에 직권취소 외에 환수, 과징금 징수 및 형사 처벌 등 제도 신설·개선과 함께 관련 예산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