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은 '갑'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었어도 입증할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도 많죠. 이런 상황에 놓인 '을'에게 힘이 되겠습니다.”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겸 한국공정거래평가원 원장은 '사각지대'에 놓인 갑을문제 해소를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해결하기 어렵고, 법 적용이 애매한 다양한 갑을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풀겠다는 의지다. 공정거래 교육·상담·연구에 주력했던 공정거래연구소에 공정거래평가원 기능을 추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거래평가원 핵심 역할은 '손해배상액 산정'이다. 갈등이 생긴 갑과 을이 합의에 이르렀더라도 양측이 수긍 가능한 공정한 손해배상액 산정이 어렵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 원장은 “변호사 공증을 거친 갑을 간 합의서에 대해 우리가 공정하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 양측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역할이 가능한 것은 이 원장이 자타공인 '공정거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 공정위에서 하도급개선과장, 가맹유통과장, 소비자안전과장 등을 거쳤다.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심사심의관 역임 후 공직을 떠나 공정거래연구소를 설립하며 보다 다양한 갑을문제 사례를 다뤘다.
이 원장은 공정위 갑을문제 해결에 있어 '신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신고인이 짧아도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사건 처리기간에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한정된 인력으로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고를 단기간에 처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신고 사건을 초기 단계에서 분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원장 생각이다.
이 원장은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이나 기타 기관 등에서 신고사건을 1차로 걸러내고, 이를 거쳐 중요하다고 평가된 사건을 공정위가 맡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 사건 처리 전반에 있어선 '요주의 기업'을 걸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주 신고 대상에 올랐거나, 불공정거래 형태가 악질적인 기업을 정부가 집중 감시·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민간 차원에서는 임직원 성과 평가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례로 원가절감이 혁신이나 공정개선을 통해 이룬 것인지, 이른바 협력사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로 이룬 것인지 등을 구분해 임직원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재직 당시 직접 사건을 다뤘던 만큼 심의 관련 개선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공정위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심의 과정에서 '신고인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공정위 심의 현장에서 피심인 측 법무법인은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주장을 내놓지만 공정위 조사관이 이에 대응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신고사건 심의 때에는 피해를 입은 신고인이 직접 참석해 대응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